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시스템인 왓슨(Watson)이 미국과 캐나다에서 암 치료 도우미로 나선다. 왓슨은 방대한 과거 의료 데이터나 논문 등을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고 이를 실제 환자의 의료 데이터와 대조해 가장 적당하다고 판단되는 치료 방법이나 약물 관련 정보를 의사와 환자에게 제안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시스템 활용을 시작한 곳은 미국과 캐나다에 위치한 의료기관 14군데. 이 중에는 미국에서 최고 의료 수준으로 꼽히는 클리블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과 네브래스카주립대학 같은 의료기관도 포함되어 있다.

왓슨은 암과 관련한 방대한 과거 의료 데이터를 저장한다. 병원마다 수집한 환자 데이터를 고속 분석하고 과거 데이터를 참고하면서 환자마다 가장 최적이라고 판단되는 치료 방침이나 투여 약물을 제안하고 의사와 환자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 의사 입자에서도 호의적인 반응이 높다고 한다. 물론 매일 진단 내용과 조치는 왓슨에 계속 업데이트되며 이후 활용에 쓰이게 된다.
왓슨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 시간이다. 의사들은 암과 맞서는 건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은 암 유전자를 분석해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데 몇 주에 이르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왓슨을 활용하면 이런 과정과 시간이 극적으로 단축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왓슨은 인간이 사용하는 자연어에 대한 이해나 학습 능력을 갖췄고 이에 따라 질문 내용에 대해 보유한 방대한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절한 답변을 해낸다. 슈퍼컴퓨터의 일종으로 크기는 냉장고 10대 수준으로 성능에 비해선 의외로 콤팩트한 수준. 처리 능력은 8테라플롭스, 그러니까 초당 80조 회에 달하는 능력을 지녔다.
물론 2014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에 이름을 올린 중국 천하-2(Tianhe-2)의 실측치는 33.86페타플롭스, 그러니까 무려 초당 3경 3,860조 회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왓슨의 성능은 400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왓슨은 연산 능력보다는 인공기능과 유사한 판단 능력에 초점을 맞춰 개발한 것이다. 따라서 해당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를 대상으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최적의 해답을 이끌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왓슨은 지난 2011년 미국 유명 퀴즈쇼인 제퍼디에서 인간을 상대로 한 퀴즈 대결에서 승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금까지 암 치료는 진단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을 통한 절제나 화학요법, 방사선요법 등 다양한 치료 방법을 적용해왔다. 하지만 유전자 분석 기술이 발달한 지금은 암을 일으키는 특정 돌연변이 세포를 겨냥한 치료가 가능하며 이 혜택을 받는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건 앞서 밝혔듯 분석에 소요되는 시간이다. 100GB에 달하는 인간의 유전자 정보를 신속하게 분석하고 해당 내용을 과거 사례나 학회 논문, 의료기관 사례와 대조하는 건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IBM은 이런 작업에 왓슨을 활용해 몇 분 안에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암과의 싸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왓슨을 활용하는 의료기관은 IBM에 이용요금을 지불해야 하지만 액수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는 의료기관은 현재 14곳이지만 올해 안에 11개가 더 늘어날 예정이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상우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