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년 양영순 “콘텐츠는 선악이 아닌 재미로 판단해야 한다”

올해 데뷔 20년을 맞은 중견 만화작가 양영순씨는 “콘텐츠에 대한 가치판단 잣대는 ‘선악’이 아닌 ‘재미’여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1995년 ‘누들누드’로 데뷔한 양 작가는 ‘아색기가’ ‘플루타크 영웅전’ ‘덴마’ 등으로 화제를 몰고 다닌 인물이다. 섹스와 폭력을 꾸준히 다뤄온 그는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레진코믹스 차단 번복 사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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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순 작가

그는 “우리가 흔히 고전이라 부르는 작품 대부분이 연애, 전쟁 등을 소재로 한다”며 “창작할 수 있는 토대는 좋아졌는 데 그것을 평가하는 기준은 여전히 권위주의적”이라고 말했다.

“전쟁을 소재로 한 잔인한 그림이 걸린 전시회에는 아이 손을 잡고 관람하러 가면서 만화는 같은 소재라도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댑니다. 섹스나 폭력을 소재로 다룬 콘텐츠가 많아진다고 사회 문란함이 가중될 것이란 생각은 거칠게 말하면 무지한 접근방식이죠. 콘텐츠 자체보다는 그것을 수용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양 작가는 “(섹스, 폭력 등 한국이 터부시 하는 콘텐츠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고 평생 끌고 가야 하는 화두”라며 “창작하는 입장에선 (심의기관이) 너무 이해 없이 몰아붙인다는 느낌”이라며 불편함을 표시했다. 데뷔 때보다 오히려 ‘답답함’이 늘었다고 토로했다.

양 작가는 최근 엔씨소프트와 협력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엔씨소프트 신작 온라인게임 ‘MXM’을 소재로 약 16편 분량으로 완결되는 신작 웹툰을 연재할 계획이다.

양 작가는 “게임을 소재로 작업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재미있다”며 “MXM 배경이 미래여서 최근작인 덴마와 유사한 점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테트리스가 직접 해본 마지막 게임이었는 데 MXM을 해보니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며 관심을 표시했다.

잠시 진행을 멈춘 덴마는 엔씨소프트와 콜라보레이션이 끝난 후 연재를 다시한다. 20여편 분량 콘텐츠를 쌓아놓고 이야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양 작가는 덴마 휴재로 많은 독자의 ‘원성’을 들었다.

그는 “이야기를 미리 짜놓고 작업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펼쳐놓은 이야기를 정리하기 버거울 정도”라며 “머리 속 이미지를 끌고 나갈 수 있는 정도로 실타래를 풀었기 때문에 곧 덴마로 다시 찾아뵐 수 있을 것”이라고 웃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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