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장비 업계에 ‘모조품 경계령’이 내렸다. 일부 해외 사업자가 국제 전시회에 출품된 한국 업체 신제품을 몰래 촬영해 자국에서 외형을 그대로 베낀 짝퉁을 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방송기술산업협회(KBTA)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국제방송장비전시회(NAB) 2015’ 한국관에 참가한 17개 방송장비 업체를 대상으로 관람객 사진 촬영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이한범 KBTA 사무총장은 “중국 등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한국 업체가 국제 전시회에 출품한 신제품을 베껴 수개월 만에 유통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방문객이나 바이어를 가장한 인물이 제품을 카메라 등으로 몰래 촬영해 자국에서 그대로 모방하는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NAB에 방송용 조명 장비를 출품한 한 중국 업체는 한국 업체 상품을 모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지난해 9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제방송장비전시회(IBC)에 전시된 한국 업체 제품을 불과 7개월 만에 똑같이 구현했기 때문이다. 해당 중국 업체는 논란을 일으킨 조명 제품을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며 ‘모방 금지(No Copy)’라는 경고문을 붙여 전시했다.

해당 국내 업체 관계자는 “IBC에서 처음 공개한 방송용 조명 장비”라며 “(중국 업체가) 모조품을 만든 것도 모자라 경고문까지 붙인 것을 보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인코더, 디코더, 셋톱박스 등 세트 장비업계는 외형만 베낀 짝퉁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조잡한 회로 패턴으로 구성된 모조품이 유통되면 진품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로스앤젤레스(LA) 무역관은 이 같은 지식재산권 침해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상표권 △저작권 △특허권 △영업비밀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OTRA LA 무역관 관계자는 “미국, 중국, 독일 등에서 지재권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방송장비 업계가 지재권을 보호하기 위한 사전 조치와 자구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