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을 확보하는 데만 치중한 전략은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이제는 정보통신기술(ICT), 제철, 플랜트 등 한국이 보유한 강점을 자원개발에 적용해 우리가 주도권을 잡는 융합 자원개발 전략을 구사해야 할 때입니다.”

박희원 에너지홀딩스 대표는 자원개발을 단순히 석유, 가스, 광물을 얼마나, 얼마에 확보해야 한다는 식의 관점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자원개발 특성을 모르고 인적 네트워크가 없는 상황에서 ‘일단 확보하고 보자’식 전략을 구사했다가 낭패를 본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어느 시장이든 경험 없는 구매자가 물건을 사면 바가지를 쓰고 좋은 물건을 살 수 없다”며 “지금까지 글로벌 자원시장에서 우리나라는 구매 의지만 있었지 전략이 부족했고 지금 역풍을 맞고 있는 공기업 자원개발 실패 사례도 이같은 협소한 관점의 자원개발이 빚은 결과”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대안으로 융합 자원개발 전략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석유, 광물 등 특정 자원을 확보하는데만 주력해온 전략과 근본부터 다르다. 융합 자원개발은 금융, 보험, 건설 등 자원개발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포괄한다. 특히 최근엔 수백개에 달하는 유정을 디지털로 관리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ICT도 자원개발에 있어 중요한 영역으로 부상했다. 대다수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분야다.
메이저 자원개발 기업이나 자원개발 현장에 우리나라 기술과 서비스가 진출해 얼마든지 역량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박 대표는 “자원개발 알짜사업은 슈퍼메이저를 중심으로 폐쇄적 ‘클럽딜’로만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대방과 꾸준한 신뢰관계 구축이 중요하다”며 “우리가 융합 사업모델로 자원개발 시장에 진출하면 ‘큰 손’들과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시장 입지도 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적 가치도 무궁무진하다. 리서치기관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디지털 오일 필드시장은 2011년 기준 18조원으로 성장했다. 셰일가스 등 비전통 자원개발 현장에서 IT 기반 인프라 구축이 더욱 활발해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성장성은 더욱 크다.
박 대표는 “남들이 개발한 광구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직접 자원개발 현장에 뛰어들어 직접 플레이어로 참여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우리도 글로벌 자원시장에서 네트워크가 생기고 좋은 매물을 좋은 조건에 매입할 수 있는 눈과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