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전선, 태양광 정션박스 토종 자존심 세운다

태양광 모듈 뒤에는 검정색 작은 부품 박스가 하나 붙는다. 태양광 모듈에서 생산한 전력을 인버터로 보내는 장치로 정션박스라 불린다. 전력계통 연계시 송수신 전력 안전성을 위해 설치하는 필수 부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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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제품이다 보니 최대 생산국인 중국 수요가 많다. 우리나라 기업엔 큰 시장 기회가 열린 것 같지만 최근 중국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자체 생산에 나서면서 우리 제조업체는 오히려 위기다. 수년전까지 5~6개 제조기업이 있었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대부분 사업을 접었다. 우리나라 태양광시장에서 중국산 정션박스 점유율은 약 7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하전선(대표 하병철)은 우리나라에 사실상 하나 남은 정션박스 제조업체다.

우리나라 제조사가 거의 관련 사업에서 철수했지만 오히려 태양광 투자를 늘리고 있다. 경북 구미 등 한국 사업장에서 최대 월 50만개 정션박스를 생산할 수 있는 제조기반을 갖췄다. 대하전선은 중국기업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품질 개선에 ‘올인’했다.

기존 제품에 비해 발열량을 30% 이상 줄이는 대신 전기 저항은 10% 이상 높였다. IP(방수·방진)지수도 업계 최고 수준인 68을 획득했다. 이는 최근 태양광 신시장으로 기대되는 수상태양광 제품에 적용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지금까지 국내외에 공급한 5만개 제품에서 단 한개 불량도 발생하지 않은 것은 이 회사 자부심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녹색기술인증 및 녹색기술제품 확인을 받았으며 UL, TUV 인증을 획득해 해외 수출 기반도 마련했다. 가격도 중국제품과 유사한 수준까지 낮췄다.

이러한 성과로 지난해 우리나라 중견 태양광 모듈 제조사에 제품을 본격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어 한국 3개 태양광 대기업과 공급계약을 추진 중이다. 북미 지역 태양광 모듈 제조사와도 제품 공급을 논의 중이다. 계약이 성사되면 정션박스 분야 최초로 해외 수출에 성공한다.

대하전선은 전자 회로 관련 부품 제조사로 출발했지만 태양광은 물론이고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에너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오는 7월 자체 제품 신뢰성을 검증하는 테스트베드 센터도 연다. 정션박스, 커넥터 등 성능을 다양한 환경에서 검증할 계획이다.

한 대기업 협력사로 선정된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부도 올해부터 본격 성장이 예상된다. ESS 내부 들어가는 회로, 전선 등을 공급하면서 관련 품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하병철 대하전선 사장은 “태양광 부품업계가 중국 공세에 밀려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지만 품질을 인정받고 초기 실적만 확보한다면 충분히 승산있는 분야”라며 “태양광, ESS 등 에너지사업 투자를 지속 확대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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