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중국, '종횡' '일대일로' 철도대국 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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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세계 철도산업 강자로 급부상한다.

중국 정부는 교통 인프라 산업 주축인 철도 시장을 호령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철도 산업을 키워 대내적으로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발전격차를 해소하겠다는 포석이다. 세계 패권을 잡겠다는 목적도 밑바탕에 깔려 있다.

중국은 철도 산업에서 후발주자다. 150여년 전 중국인 노동자는 미국 대륙횡단 철도를 건설할 때 저임금으로 일했다. 지난 1978년 덩샤오핑이 일본을 방문해 처음 고속철(신칸센)을 타고 난 뒤 “기차가 어떻게 바람처럼 빠르게 달릴 수 있느냐”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기도 했다.

지금은 이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중국 고속철도는 지난 2008년 베이징-톈진 간 징진 고속철이 개통된 지 6년 만에 네이멍구, 닝샤, 윈난, 시짱 네 개 성을 제외한 전국을 연결할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굵직굵직한 해외 계약을 연이어 따내며 자국 언론이 ‘고속철 대약진’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다.

현재 베이징을 기준으로 허베이, 산둥, 허난, 산시, 장쑤, 안후이 등 11개 성지역 54개 도시는 반나절이면 도착한다. 난징에서 항저우까지는 70분, 항저우에서 닝보까지는 53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전체 주행거리는 1만6000㎞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 현지에서 운행되는 고속열차는 총 1300여대로 시속 200~380㎞로 운행된다.

중국은 지난해 철도산업에 전년보다 20% 증가한 7801억위안(136조여원)을 투자했다. 올해 말 중국 전역 고속철 운행거리는 1만8000여㎞에 달해 중국 당국이 계획한 고속철도 네트워크 기본 골격이 완성될 예정이다.

◇내수시장 ‘건강한’ 웃음꽃, 고속철도로 피운다

중국 정부는 철도를 국내 교통 인프라 핵심으로 키웠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전 국토를 동-서, 남-북으로 촘촘하게 잇는 ‘4종(縱)4횡(橫)’ 철도망 계획을 중장기 추진 중이다. 정책의 목적은 드넓은 중국 대륙을 1일 생활권 지대로 만들고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데 있다.

1일 생활권 지대에 놓인다는 얘기는 선로 주변에 있는 수억명의 경제생활 방식이 지금과 다르게 변화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지금까지 겪어왔던 지역 발전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 중국이 지난해 베이징에서 열린 APEC 회의에서 ‘전 방위적 소통과 인프라 시설 건설’을 3대 주요 의제 중 하나로 꼽은 이유다.

중국은 해안 등 지리적으로 수출과 연관된 일부 도시를 중심으로 급성장해왔다. 이는 여러 소수민족으로 구성됐다는 점과 맞물려 온 국민이 국가 부흥을 위해 한뜻으로 뭉치는 ‘진정한’ 경제 성장을 방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회적으로는 분리 독립 움직임과 소요사태 등에 쉽게 대응하고 각 지역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장점이 있다.

도시계획도 바꿀 수 있다. 중국은 중심도시에서 주위로 퍼져나가는 방사형 도시군 형태다. 고속철도 노선을 따라 몇몇 역이 이어져 경제블록을 형성하면 벨트라인 도시군 형태가 자리를 잡는다. 고속철도가 빨라질수록 이 범위는 넓어지고 결과적으로 광역 도시군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중부 굴기, 서부 대개발, 동북 진흥 등 지역 발전 전략 목표도 실현 가능하다. 실제로 중국 고속철도는 각 전략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저우-시안 간 고속철도는 서부 대개발과 중부굴기를 지원한다. 하얼빈-다롄 간 고속철도는 동북삼성 여객운송·물류·정보교류 창구다. 상하이-난징, 상하이-항저우 구간은 인근 지역 현대화에 추동력을 불어넣고 있다.

고속철도는 인프라 산업이다. 설계부터 시작해 토목공사, 궤도, 차량, 제반 시스템까지 전후방 산업이 모두 연결되는 정점에 서 있다. 최근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업계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데다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중국 제조업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고속철도 산업을 활성화해 제조업계에 초록불을 켤 수 있는 셈이다.

◇세계시장의 패권, 고속철도로 잡는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내건 ‘일대일로’와 맥락을 함께한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2013년 ‘신실크로드 경제벨트’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일대일로는 육상 실크로드 경제지대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이어 아시아-유럽-아프리카 및 주변 해역 경제 벨트 한가운데 중국이 서겠다는 게 골자다.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을 염두에 둔 대응책 성격이 짙다.

중국은 일대일로에 기반을 두고 고속철도·원자력 산업 수출을 이끌어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교통 인프라 핵심이 고속철도다. 유라시아 고속철, 중앙아시아 고속철, 범사이사 고속철 등 글로벌 고속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내세운 남한-북한-유럽 철도 연결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도 유라시아 노선과 한반도를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게다가 일대일로 연결 지역에 놓인 국가 상당수는 개발도상국이다. 고속철도는 특성상 건설국가 철도 표준에 따라 운영되지만 이들 국가엔 표준이랄 게 없는 셈이다. 따라서 중국이 자체 규격으로 고속철도를 지어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인도 등 이 지역에 있는 20~30여개 국가와 정부 주도로 고속철도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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