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 가던 중유발전소에 불이 들어왔다.
높은 연료비와 가동일 감소로 폐지 수순까지 몰렸던 중유(기력)발전소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연료비 원가가 전력도매시장 기준가격을 밑돌면서 발전소 가동우선 순위가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25일 한국동서발전에 따르면 중유발전소인 울산 4~6호기가 이달 78%에 달하는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단 하루만 제외하고 연일 발전소를 돌리고 있다. 지난 1월 6.98%, 2월 6.50% 가동률과 비교할 때 10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울산 중유발전소는 우리나라 발전역사에서 노장으로 분류되는 설비로 폐기를 앞뒀다. 이미 1~3호기는 지난해 초 폐지가 결정됐으며 4~6호기도 2022년 폐지 예정이다. 오일쇼크 당시 한때 위기를 겪고 이후 국가 에너지 다양화 정책으로 원전과 석탄, LNG발전소 등이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후배 발전소에 내줬다.
2012년 전력위기 당시 가동한 이후 2년간 가동률은 6% 수준에 머물렀다. 사실상 비상시 대기 발전소 개념이 컸다. 하지만 최근 가동률이 급증하면서 업계에서도 이례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발전업계에선 에너지믹스를 통해 자원별 비중을 다양화하고 비주류 발전연료 설비도 바로 폐지하지 않고 일정 수준 유지해온 것이 빛을 발한 것으로 본다.
현재 울산 4~6호기가 전력 1㎾h를 생산하는 데 드는 발전원가는 83원으로 지난 1월과 2월 160원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졌다. 웬만한 가스발전소보다 원가가 낮아 전력거래소의 급전순위도 역전한 상태다.
가동률은 완연한 봄 기운에 들어가는 다음달이면 주춤하겠지만 과거 6%대 가동률보다는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동서발전은 다음달 연료비원가와 전력도매시장 기준가격을 105원 정도로 예상, 울산 4~6호기 가동률이 34%대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이달 들어 울산 4~6호기가 하루를 제외하곤 연일 가동하고 있다”며 “유가하락으로 중유발전소가 가스발전소보다 원가가 더 낮은 현상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표. 울산 4~6호기 중유발전소 이용 현황 / 자료:한국동서발전>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