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이동통신 시대를 앞두고 체적탄성파(BAW)필터가 급부상했다. 기존 표면탄성파(SAW)필터로는 5세대 통신 대역폭을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완제품 업체는 이미 5G 스마트폰 시장 선점을 위해 BAW필터 기술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스마트폰용 대역통과 필터로 BAW필터 적용 확대를 검토 중이다. 현재 주로 사용되고 있는 SAW필터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28㎓ 이상 초고주파 대역 사용이 예상되는 5G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역통과 필터(밴드패스 필터)는 여러 주파수 중 필요한 주파수 대역만 걸러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통신용 핵심 부품이다. 스마트폰 RF부 등에 자리해 주파수를 분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필터 단품으로 들어가거나 여러 개를 조합해 듀플렉서 형태로 사용된다.
2G와 3G 그리고 지금의 4G까지는 압전성 기판 위에 포토리소그라피 공정 등으로 빗살형 전극을 형성한 SAW필터가 널리 쓰였다. 양산성이 좋고 1.5㎓ 이하 저주파 대역에서 성능 대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2000년대 초반 삼성전기 등이 국산화 개발했다. 삼성전기 SAW필터 사업부가 분사해 설립된 와이솔이 현재 국내 관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 무라타 역시 이 제품으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표면에 전극을 형성하기 때문에 크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고 2㎓ 이상 고주파 대역에서는 성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BAW필터는 특정한 주파수에서 공진하는 압전체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원리적으로 SAW필터와 동일하다. 수평으로 신호가 진행되는 SAW필터와 달리 전극이 압전체 상부와 하부 전면에 배치되는 샌드위치 구조를 가져 신호진행이 수직방향이다.
SAW보다 주파수 필터링 특성이 우수하고 모듈 수신감도 향상, 송신 전력 저감 효과 등이 있다. 표면이 아니라 두께로 특성을 조정하기 때문에 소형화도 유리하지만 공정이 까다롭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WCDMA 시절 FBAR(Film Bulk Acoustic Resonator) 형태로 SAW와 듀플렉서 시장을 두고 경쟁했다. 하지만 당시 SAW가 단점으로 꼽히던 열특성을 개선하면서 가격경쟁력과 저주파 효율성 등에서 밀리며 주력 시장이 잠식됐다.
미국 전자부품업체 아바고가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애질런트도 상당수의 관련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상용 주파수 대역은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과 웨어러블 기기,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기술이 부상하면서 포화상태에 다다랐다.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5G는 아직 국제적 표준이 마련되지 않았지만 더 빠르게 대량의 정보 통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28㎓, 38㎓, 70㎓ 등 초 고주파 대역 활용이 논의되고 있다. 고주파 대역에서 성능경쟁력이 뛰어난 BAW필터 기술이 재조명되는 이유다.
전자부품 업계 한 관계자는 “성능 특성과 물리 구조상 BAW가 SAW보다 여러 면에서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특허 문제 해결과 가성비 충족 등이 관건”이라며 “까다로운 공정 과정을 혁신하고 단가를 낮춘다면 차세대 대역통과 필터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