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 위성 엔켈라두스에 또다시 과학계 이목이 집중됐다. 거대 바다가 발견된 데 이어 ‘펄펄 끓는’ 온천 활동이 탐지되면서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 쉬샹원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이 토성 위성 엔켈라두스(Enceladus) 해저에서 뜨거운 물이 나오는 온천을 발견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네이처에 게재했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가 12일 보도했다. 지구 바깥에서 뜨거운 물이나 온천 활동이 탐지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엔켈라두스는 토성 주변 62개 위성 중 제2의 위성이다. 크기는 지구 위성인 달의 7분의 1정도고, 토성 위성 중에서도 순도가 높은 얼음으로 뒤덮여있다.
지난 2005년 미 항공우주국(NASA)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가 엔켈라두스의 얼음 사이에서 질소, 메탄, 소금 입자를 포함한 수증기가 분출되는 것을 발견해냈다. 과학계에선 얼음 아래에 바다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고 지난해 이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되면서 외계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높은 곳 중 하나로 꼽혔다.
엔켈라두스의 바다는 남극 빙하 지역 40km 지하에 있고 깊이는 10km 정도다. 바다 면적은 8만㎢ 이상으로 미국 최대의 호수인 슈피리어호(8만2103㎢)와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전체 면적(9만9720㎢)의 80% 정도다. 지하 암석 위에 바다가 있어 인, 황, 칼륨 등 생명 활동에 필요한 물질들도 함유하고 있다.
하지만 엔켈라두스는 태양과 멀리 떨어져 있어 표면 온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물이 액체 상태로 있는 게 불가능하다. 이에 과학계는 또 다른 열원이 있을 것이라 추정하고 연구에 돌입했다.
연구진은 토성의 여러 고리 중 가장 바깥 고리인 ‘E고리’의 입자들을 조사해 엔켈라두스에서 어떤 물질들이 나오는지 분석했다. E고리에는 얼음뿐 아니라 이산화규소(SiO₂) 나노 입자들이 상당수 섞여있었다.
이산화규소는 지구 모래의 주성분이다. 해저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물이 차가운 바닷물과 만나고, 뜨거운 물 안에 녹아있던 물질이 이 때문에 굳어질 때 생긴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이 정도 크기의 이산화규소 입자가 만들어지기 위해선 특정한 열 조건이 분화구에 있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암석과 물이 만나는 지점이 섭씨 90도 정도의 온도를 갖춰야하고 물의 수소이온농도(pH)는 8.5~10.5로 지구 바닷물보다 알칼리성(염기성)이 높아야했다. 염류 농도는 4% 아래로 추정됐다.
흥미롭게도 이는 지난 2000년 지구 대서양 심해에서 발견돼 일명 ‘잃어버린 도시(The Lost City)’라고 불렸던 해저 온천과 비슷한 조건이다. 잃어버린 도시는 해수면에서 800m 아래에 있다. 최고 높이 60m정도의 칼슘으로 구성된 깔때기 모양의 돌들이 해저에서 솟아있다. 이곳에선 햇빛 없이 알칼리성이 높은 환경에서 사는 생물들이 저마다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프랑스 낭트대의 가브리엘 토비 교수는 이 논문에 대해 “‘잃어버린 도시’가 외계 위성의 열 시스템을 연구하는 모델이 될 수도 있다”며 “지구 생명체가 심해 알칼리 온천에서 생겨났을 것이란 가설도 있다”고 논평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