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기대에 못 미치는 애플워치를 내놓으면서 스마트워치 시장에 혼전이 예상된다. ‘절대강자’가 없는 시장에서 제조사 모두 ‘해볼 만한’ 상황이 된 것이다. 2분기부터 한국과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최신 스마트워치가 일제히 출시되면서 치열한 시장쟁탈전이 예고됐다.
애플이 9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에바 부에나 센터에서 자사 첫 스마트워치 ‘애플워치’를 공개하자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압도하며 ‘혁신 없는 애플’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 자리에서 “가장 개인적인 기기로서 워치는 당신을 표현하는 물건이다. 다양한 옵션을 줬다”며 “애플워치는 가장 고도화된 시계다. 사람들과 연결하기 위한 놀라운 도구”라고 자평했다.
팀쿡의 말처럼 애플은 다양한 옵션으로 무려 34종의 애플워치를 만들어냈다. 1.5인치와 1.65인치 두 종의 화면크기, 스테인리스부터 금까지 6종의 소재, 6종의 밴드타입과 18가지 밴드색상 등이 촘촘한 라인업을 형성했다.
34종의 애플워치는 기본형 애플워치와 애플워치 스포츠, 고급형 애플워치 에디션으로 크게 구분됐다. 가격은 1.5인치 기준 애플워치 스포츠가 349달러, 애플워치가 549달러였으며 1.65인치는 이보다 50달러씩 비쌌다. 애플워치 에디션은 최저가가 1만달러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기대와 달리 냉담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만달러 짜리 제품을 언급하며 “가격이 올라간다면 특별한 기능과 디자인 차이가 있어야 하지만 애플워치에서는 금장 외에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다”고 혹평했다.
송은정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판매가격이 예상보다 높아 판매량 역시 시장전망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이 ‘고도화된 시계’라며 내세운 기능 역시 기대에 못 미치거나 경쟁 스마트워치 제품에 대부분 적용된 것이어서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근거리무선통신(NFC)을 활용한 애플페이다. 애플워치에서 화면을 더블탭하면 애플페이가 실행되며, 이를 결제기 부근에 가져가기만 하면 결제가 완료된다. 그러나 이 기능은 이미 LG전자가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5에서 LG 워치 어베인 LTE를 공개할 때 ‘NFC 월렛’을 통해 선보인 기능이다.
통신기능 역시 아이폰 연동을 위해 블루투스 외에 와이파이를 지원한 것은 긍정적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자체 통신기능이 없다는 점에서 직접 롱텀 에벌루션(LTE) 통화(VoLTE)가 가능한 LG 워치 어베인 LTE보다 뒤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터리 용량 역시 예상보다 긴 18시간 사용이 가능하지만 매일 충전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편함을 줄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테크크런치는 “애플워치가 유용한 제품이라 할지라도 짧은 배터리 수명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면서 “많은 이용자들이 애플워치를 사용하지 않으려 할 수도 있다”고 평했다.
이 밖에 시계 화면을 입맛대로 고를 수 있는 ‘워치페이스’, 메시지 및 이메일 알림, 피트니스 기능 등은 대부분의 스마트워치가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애플워치에 부정적 평가가 이어지자 국내외 이통사들도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AT&T가 4월 공식 출시 이후에도 애플워치를 판매할 계획이 아직 없다고 밝혔고 버라이즌과 T모바일, 스프린트 등 주요 이통사는 아직 판매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내 이통사들도 통신기능이 없는 애플워치에 대해 좀 더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애플워치에 대해 부정적 평가만 나온 것은 아니다. 일부 기능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는 긍정적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기능 측면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리서치킷’이었다. 리서치킷은 의료연구진이 아이폰이나 애플워치를 이용해 질병치료를 위한 생체데이터를 모을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다. 사용자들이 정보제공과 공유 등을 결정할 수 있다. 당장 9일부터 파킨슨, 당뇨, 심혈관질환, 천식, 유방암 5개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대 효용은 헬스케어 기능”이라며 “리서치킷을 기반으로 형성된 생태계가 애플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이 지난해 11월 일반에 공개한 ‘워치킷’을 통해 수천 개의 애플리케이션(앱)이 개발된 것역시 애플워치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자판을 다루기 힘든 스마트워치 특성상 애플워치에 적용된 음성인식장치 ‘시리’도 장점으로 꼽혔다.
애플워치가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스마트워치 시장은 혼전 양상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이 4월 10일부터 미국, 중국, 일본 등 9개국에서 애플워치 예약판매를 시작하며 LG 워치 어베인 LTE가 2분기, 페블 타임이 올 여름, 화웨이 워치가 올해 중순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조만간 ‘오르비스(프로젝트명)’를 공개할 방침이어서 스마트워치 시장이 안갯속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올해 애플워치가 1500만~2000만대 사이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당초 예상치인 2000만대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IT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이 혁신에 실패하면서 애플워치가 지금까지 나온 안드로이드 워치와 차별화될 게 없어졌다”면서 “절대강자가 없는 시장의 초기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제조사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