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허 분쟁보다는 특허 협상을 통한 상생 해결이 국가 기술경쟁력에 이바지할 수 있다. 기술 협상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협상 전문가의 절대 부족일 것이다. 일반적인 협상 전문가가 아니라 특허 분야 협상 전문가 양성이 중요하다. 특허, 기술, 사업 전반에 이해를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의사소통해 상생할 수 있는 협상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특허 협상 전문가가 필요하다.
삼성·애플과 같은 굵직한 소송이 벌어지면서 국제적인 특허 협상 전문가의 필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필요한 것은 국제적인 특허 협상 전문가만이 아니다. 국내기업들 간의 특허 협상을 위해서 특허 협상 전문가가 필요하다. 특히 특허 분쟁을 특허 협상으로 전환해 상생하는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특허 협상 전문가가 필요하다.
특허 침해 경고장을 받으면 기업들의 일차적인 반응은 무엇일까. 특허 침해를 부정하는 것이다. 침해를 부정하는 것이 어려우면 특허를 무효화시키려고 한다. 다른 해결 방안은 없을까.
특허권자는 라이선스되기를 희망하면서 경고장을 보냈는데 뜻하지 않게 심판 및 소송에 휘말리게 되는 사례가 많다. 심판 및 소송은 특허권자가 예측하기 어려웠던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대리인 없이 직접 심판 및 소송을 하는 때라도 심판 및 소송은 공짜가 아니다. 시간과 노력이라는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정말 다른 해결 방안은 없을까.
경고장을 받았을 때 로열티를 내는 것이 좋을까. 회피설계를 하는 것이 좋을까. 판단을 해야 하지만 대개의 경우 로열티를 내면 얼마를 내야 하는지 정보가 없다. 정보가 없다는 것은 두려움으로 연결된다. 실제로 로열티를 내고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데도 대부분 회사는 회피설계를 선택한다. 회피설계가 사업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 아니라 라이선스의 두려움, 협상의 두려움 때문이다. 회피설계는 추가 비용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제품의 시장 출시가 늦어지는 단점도 있다. 더욱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회피설계한 기술이 원래 기술보다 우월하지 못한 예도 많아 제품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가 전체로 손해가 아닐 수 없다.
특허권은 동일한 상품이 없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특허 거래에 심리적 거부감이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특허 거래를 위한 가격에 대해서 어림짐작도 못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모르면 두려움을 느끼고 두려움 때문에 특허 거래는 지지부진하게 된다. 특허 협상 전문가는 소통의 전문가여야 할 것이다. 특허 협상에서 모르는 것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특허권자와 잠정적 침해업체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것이 특허 협상 전문가가 해야 할 일이다.
특허 라이선싱 활성화는 국가 경쟁력과 관련이 있다. 라이선스 활성화를 위해서 특허 협상 전문가가 필요하다. 저절로 특허 협상 전문가가 생겨나길 기다리기보다는 정책적으로 특허 협상 전문가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 특허 협상 전문가로 양성할 수 있는 잠재적인 후보자로는 변리사, 기업체 특허법무 담당자, 연구소 기술이전 담당자 등이다.
현재 특허 협상 전문가들은 기업체에서 벌어지는 특허 분쟁이나 협상에 관한 업무를 처리하면서 경험들을 쌓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협상의 경험은 성질상 사유화되고 공유되지 못하고 있으며, 특허 협상 전문가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 십여년 간 정부 및 산하기관 주도하에 특허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 중소기업에서 특허 전문가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특허 분야에서 협상 전문가는 부족하다.
특허 분쟁의 효율적인 해결,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해결책의 도출은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특허 전문가들이 협상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특허 협상 교육을 체계적이고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가 됐다.
이경란 특허법인 이지 대표변리사 rana@ezpe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