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전 9시 45분, 인천 중구 영종대교 서울방향 상부도로 12~14㎞ 지점에서 사상 최악의 106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짙은 안개 때문에 발생한 이 사고로 두 명이 사망하고, 60여명이 부상했다.
앞서 지난 2006년 10월 3일, 서해대교 위에서 안개로 인해 29중 추돌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짙은 안개로 인해 3차로를 서행하던 1톤 트럭을 25톤 화물 트럭이 들이받으며 대형 사고가 시작됐다. 당시 사고로 12명이 사망하고, 42명이 부상을 입었다.
2013년 11월 16일에는 서울 삼성동 아파트에 헬기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역사상 최악의 항공기 사고로 기록된 스페인의 ‘테네리프 공항 사고’를 비롯해 국내 김해공항의 중국 항공기 사고 등도 모두 안개 때문에 발생했다. 영화로도 제작돼 화제가 된 사상 최악의 해상사고 ‘타이타닉호 침몰사고’도 안개가 원인이다. 이들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가시거리는 수십 미터에 불과할 정도였다. 이쯤 되면 말 그대로 ‘살인 안개’다.
◇안개원인은 공기 중의 물방울
안개는 공기 중에 미세한 물방울이 떠다니며 가시거리를 감소시키는 기상 현상을 말한다. 시정이 1㎞ 이상일 때는 안개라고 하지 않는다.
기상청에 따르면 안개가 생성되기 위한 조건은 공기가 포화되기 위해 공기 속으로 수증기가 공급되거나, 습한 공기가 냉각되어서 포화돼 응결이 일어나야 한다. 또는 지표부근의 공기와 상층의 공기가 혼합할 때 안개가 생성될 수 있다. 본질적으로 하층운의 하나인 층운과 같지만 안개는 지면에 접해 있다는 점이 다르다.
안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일반적인 조건은 바람이 2~3m/s 이하의 약풍이어야 하고, 지표면 부분의 공기가 안정돼야 한다. 공기 속으로의 증발과 공기 속 수증기의 냉각에 의해 공기가 포화돼 응결이 일어나서 안개가 생성된다.
안개의 종류도 증발과 냉각 메커니즘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증발에 의한 안개로는 전선안개(Frontal Fog)와 김안개(Steam Fog), 증발안개(Evaporation Fog) 등이 있다. 전선안개는 주로 습기가 많은 온난전선 부근에서 잘 발생한다. 따뜻한 공기와 찬 공기가 만나는 온난전선이나 한랭전선 부근에서 따뜻하고 습윤한 공기가 전선면을 따라 상승한다. 이때 상승하는 공기가 온난전선내의 찬 공기와 만나면 냉각되고 포화돼 응결이 일어나서 비가 오며, 빗방울이 하강하면서 안개를 생성한다.
김안개와 증발안개는 이른 봄이나 겨울철에 해수나 호수의 온도가 높고, 그 위의 공기 온도가 낮을 때 잘 발생한다. 찬 공기가 따뜻한 수면 또는 습한 지면 위를 이동해 오면 기온과 수온의 차에 의해 수면으로부터 물이 증발해 수증기가 공기 속으로 들어온다. 수증기의 공급에 의해 공기가 포화되고, 응결돼 안개가 발생한다. 마치 김이 올라오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김안개라 하고 또 증발에 의해 안개가 생성되므로 증발안개라고도 한다.
◇안개특보는 정확도가 한계
지난 2009년 기상청은 가시거리 100m 이하, 1시간 이상 지속할 때 안개특보발표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기상법 개정으로 안개특보제 도입이 논의된 것은 2006년 서해대교 29중 추돌사고가 이유로 작용했다.
기상청은 2009년 발표 이후 약 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안개특보를 시범운영하고 있지만, 정확도 확보의 어려움으로 본 시행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주영순 의원에 따르면 기상청의 안개특보 예보 정확도는 2010년 56.9%, 2011년 36.1%, 2012년 36.7%, 2013년 36.0%. 2014년 34.3%로 나타났다. 세 번 중 한번만 맞추는 수준이어서 실효성에 의문이 따른다. 기상청은 시험운영 대상 구역을 확대하다 보니 정확도가 떨어졌다고 해명한다.
안개가 워낙 국지적으로 발생하고, 수시로 변동하기 때문에 예측이 어려운 측면도 있다. 실제로 영종대교 사고 당시에도 가시거리는 100m 내외에서 1㎞ 이상까지 수시로 변했다.
◇운전에 치명적인 안개
짙은 안개는 운전자에게 치명적인 위협요인이다. 시속 100㎞로 달리는 자동차는 1초에 약 28m를 이동한다. 가시거리가 100m일 때 시속 100㎞로 달린다면, 사고를 피하기가 어렵다. 운전자가 위험을 인지하는 데 0.7초가 걸려 20m가량을 나아가고, 급제동하더라도 49m의 정지거리가 필요하다. 가시거리가 100m 이하의 짙은 안개일 때 고속으로 달린다면 사고를 인지해도 피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안개가 낀 날 교통사고 100건당 치사율은 11.8명으로, 맑은 날의 4배에 달했다. 눈 올 때 3.7명, 비올 때 4.3명과 비교해도 2~3배에 이르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안개가 발생하면 일단 속도를 줄이고, 안개발생 시 운전요령을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선 안개등, 전조등, 비상등, 차폭등을 반드시 켜고, 앞차의 미등이나 차선, 가드레일 등을 기준으로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차간거리를 평소보다 두 배 이상 유지하는 것이 안전하다.
커브길이나 구부러진 도로를 지날 때는 경음기를 울리고, 안전한 속도로 서행하되 갑자기 가속하거나 감속하지 말아야 한다. 안개구간에서 방향을 바꿀 때는 시간과 거리를 충분히 두고 가능한 저속으로 주행하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