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정의 신문고] 아닌 밤중에 지체배상금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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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긴급구호대’ 한국 의료대원 3진 5명이 지난 주말 시에라리온 현지 활동에 앞서 사전교육이 이뤄지는 영국으로 출국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지난달에는 한 때 에볼라 감염자 수가 일주일당 99명으로 줄어 에볼라 사태가 종식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서아프리카 지역을 시작으로 확산한 에볼라 사태는 생활 곳곳에 제한을 걸었습니다.

크고 작은 국제행사가 잇따라 취소됐습니다. 작년 부산에서 열린 ITU 전권회의도 에볼라 사태 영향을 받았죠. 에볼라 바이러스 때문에 ITU 전권회의 불참 국가가 늘어날 것을 염려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에볼라가 발병한 서아프리카 지역 3개국 대표가 불참했죠.

서아프리카 지역 수출에도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작년 가을께 있었던 서아프리카 지역 시스템통합(SI)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SI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고객 특수조항에 ‘납품을 마쳐야 검수를 해주고 대금을 지급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중소 IT기업은 60일 기한 안에 일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60일 여신으로 자금을 차입해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알다시피 작년엔 에볼라 사태 때문에 서아프리카 SI 프로젝트가 올스톱 됐습니다. 해당 국가에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중소업체는 시스템 개발을 위해 구입한 자재대금을 결제한 마당에 프로젝트는 재개할 기미는 보이지 않아 차입금을 갚게 됩니다. 이중으로 자금만 투입했지만 누구한테도 답답한 속마음을 터놓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에볼라 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든다는 뉴스가 들리면서 고객사(대기업) 쪽에서 연락이 왔답니다. “열흘 안에 프로젝트를 마무리해달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기일 안에 마치지 못하면 지체배상금을 내야 한다”는 조건을 붙여서 말이죠. 그렇지 않아도 없는 돈에 빚까지 내서 자재를 조달했지만 에볼라 때문에 프로젝트가 끝나지 않아 심적·금전적 고통이 심한 마당에 유감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중소기업 처지야 어려울 게 뻔한데, 에볼라 사태로 프로젝트가 지연됐을 때 자재비용이라도 하라고 대기업이 먼저 선수금을 내밀었으면 어땠을까요. 마진 2~3% 떼기 하는 상황에서 지체배상금까지 요구하는 대기업이 야속하기만 할 겁니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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