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은 9일 김병호 하나은행장 직무대행을 신임 행장으로 선임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병계획에 제동이 걸리면서 ‘하나-외환 통합행장’을 꿈꿨던 김한조 행장의 체면이 구겨졌다.
일각에서는 김정태 회장의 무한 신뢰를 받았던 김한조 행장에게 하나은행-외환은행 통합 불발 책임의 화살이 투톱 행장 체제로 변화하는데 일조했다는 관측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거쳐 김병호 하나은행장 직무대행을 신임 하나은행장으로 선임했다.
당초 최종 후보로는 신임 김 행장과 함께 함영주 부행장(충청영업그룹 담당), 황종섭 부행장(영남영업그룹 담당) 3명이 추천됐다. 그러나 함 부행장이 자진 사퇴함에 따라 그룹임원추천위원회는 2명에 대한 면접을 실시한 후 김 행장을 단독 후보로 결정했다. 임기는 2년이다.
임추위는 김 행장의 선임에 대해 ‘경영 안정화’를 내세웠다. 신임 김 행장이 전략과 재무, 기업영업 부문 등 두루 역임했으며 은행의 국내영업은 물론이고 글로벌부문을 아우르는 전문적인 식견과 경험을 갖춘 적임자로 평가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이번 김병호 행장의 선임을 두고 김한조 행장의 입지가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여론이 우세하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전면에 나선 장본인이 김한조 외환은행장이기 때문이다. 외환노조의 통합중단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받아들여지면서 김 행장의 신뢰도가 지주내에서 약화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실제 하나금융지주는 통합 불발의 책임을 물어 이우공 부사장과 정진용 준법담당 상무, 주재중 외환은행 전무의 사표를 일사천리로 수리했다. 통합 전면에 나섰던 김한조 행장도 일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주 내 시그널로 보인다.
외환노조 관계자는 “하나은행장의 선임에 노조가 개입할 부분은 없다”면서도 “하나은행장의 차기 행장 선임은 하나-외환 통합 은행장을 내심 기대했던 김한조 외환은행장에게 징계 성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임 김병조 하나은행장은 명지고와 서울대 영문과, 미국 UC버클리 MBA를 졸업하고 하나은행에 입행한 후 뉴욕지점장, 그룹 CFO, 하나은행 경영관리그룹, 기업영업그룹, 마케팅그룹 부행장 등을 두루 거쳤으며 직전까지 은행장 직무대행을 맡아왔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