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해 수익을 내는 벤처캐피탈리스트 업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산업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기존 산업에 익숙한 심사역의 시각보다 새롭게 떠오르는 산업을 볼 수 있는 젊은 심사역들의 시각이 벤처캐피탈 수익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파트너스, 소프트뱅크벤처스, 인터베스트 등 국내 주요 VC 업계는 지난해 투자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주니어 심사역 채용 비중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모바일에 이어 헬스케어, 바이오 등 신산업이 뜨고 있는 가운데 산업의 변화 흐름을 빠르게 읽을 줄 아는 주니어 심사역의 시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백여현 한국투자파트너스 사장은 “올해도 최근 몇년과 마찬가지로 주니어들의 새로운 산업에 대한 이해관점을 충분히 반영할 예정이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산업에 투자를 활성화할 계획”이라며 “주니어 심사역 채용 비중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지난 2011년 다음카카오의 전신인 카카오에 투자를 결정했다. 당시 카카오는 2010년 매출 3400억원에 적자를 기록한 상황이었다. 모바일 산업이 뜨는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었지만 투자에 위험이 따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시니어 심사역들은 카카오 투자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지만 주니어들은 산업의 변화를 강조함에 따라 이 회사는 50억원을 투자했다. 현재까지 다음카카오에서 회수한 금액은 520억원으로 종목평가 400억원 가량을 합쳐 총 910억원의 수익을 안겨줬다.
데브시스터즈와 선데이토즈 투자로 ‘대박’ 회수율을 기록한 소프트뱅크벤처스 역시 주니어 심사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처음으로 대졸 신입 심사역을 채용해 인턴으로 활용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통상적으로 업계 경력과 VC 경험 보유자를 선호하는 분위기에 비춰볼 때 파격적인 시도다.
소프트뱅크벤처스 관계자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로 구성된 인턴 심사역들이 예상치 못한 회수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며 “경험도 중요하지만 기존 심사역이 보지 못하는 가능성을 읽고 빠른 글로벌 트렌드 습득능력을 갖춘 점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인턴 제도를 통해 남은 최종 인원을 정직원으로 채용할 계획이며 상시로 대졸 신입 심사역을 뽑는다는 방침이다.
이외에 인터베스트, 에이티넘파트너스 등 주요 VC들도 신규 심사역 채용 계획을 갖고 있으며 이중 주니어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