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GCF, 녹색성장 정책 꼴 될라

녹색기후기금(GCF)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국제금융기구다.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변화 피해를 줄이기 위해 1000억달러로 조성한 기금을 관리하는 국제기구다. 사무국은 인천 송도에 있다. 2012년에 경쟁국을 제치고 사무국을 유치해 2013년 말 본격 출범했다. GCF는 500명 안팎인 상주인원과 고용 유발효과와 같은 경제적 파급효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제적 위상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가 처음 유치한 이 국제기구는 출범 1년이 넘도록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않는다. 다른 국제기금과 달리 GCF는 민간 자금 의존도가 높다. 이 민간 자금이 이행기구를 거치는데 국내에 이행기구 준비도, 참여도 미비하다. 오는 3월 송도에서 열릴 GCF 이사회가 신청한 후보 가운데 첫 이행기구를 선정할 예정인데 국내 기관은 신청 등록도 힘들 지경이다. 어렵사리 신청을 한다고 해도 이미 이행기구 신청을 하고 세부 프로젝트까지 준비한 해외 기관과 경쟁해 선정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GCF는 이명박정부가 표방한 녹색성장 정책의 상징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박근혜정부로 넘어오면서 녹색성장 정책에 대한 관심은 시들었고, GCF 이행기구에 대한 국내 금융사와 기관 참여 열기도 덩달아 식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는 이번에 이행기구로 선정되지 않으면 차기라도 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처음보다 심사가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관측됐다. 우리나라 기관 선정 가능성과 프로젝트 성공 가능성 모두 더 낮아진다. 또 자금과 관심이 초기 프로젝트에 쏠린다면 다음 프로젝트를 우리가 진행해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정부는 국내 기관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준비를 서둘러야 만 외국 이행기구와 어차피 벌어진 격차를 최대한 빨리 좁힐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GCF 사무실만 한국 땅에 두고, 아무런 경제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사태를 초래해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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