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듐주석산화물(ITO) 대체 소재로 국내 업체들이 주도적으로 개발해온 메탈메시 터치스크린패널(TSP)이 중대 기로에 섰다. 제품은 이미 개발 완료했지만 세트 업체들이 외면하고 있어 대규모 양산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관심이 높았던 중국 부품업체 역시 최근 신소재 적용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업체는 사면초가에 놓였다. 이에 올인원 PC, 스마트 TV, 산업용 모니터 등 중대형 시장을 틈새로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전기·아이에스엘·삼성전기 등 메탈메시 TSP 사업을 추진했던 기업들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지난해부터 대규모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계속해서 늦추고 있는 실정이다.
금호전기는 지난해 대형 TSP 관련 생산설비를 갖추고 10월부터 23인치 제품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아직까지 샘플 공급을 위한 소량 생산만 하고 있다. 올해는 50인치 대형 TSP 생산에도 단계적으로 나설 방침이었으나 시장 개화 시점이 늦어지면서 증설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삼성전기도 연구개발(R&D)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미래나노텍 역시 TSP 공장 화재 이후 시장 수요가 적어 재가동을 미루고 있다.
이처럼 업체들이 제품 개발 이후 성과가 미비한 것은 삼성·LG 등 국내 세트업체들이 도입을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초부터 샘플을 공급받아 보급형 스마트폰용으로 적극 검토해왔지만 1년 넘게 진척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적으로는 많은 부분들이 개선돼 세계적 수준의 미세 선폭 등을 구현하고 있지만 기존 ITO 필름의 가격이 큰폭으로 떨어지면서 굳이 새로운 리스크를 안고 대체 소재를 적용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저가 제품 공급에 주력하고 있는 중국 패널·부품업체 쪽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중국 업체 역시 국내 업체와 비슷한 상황이다. 특히 국내 세트 업체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자 중국 업체도 관심도가 크게 떨어졌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중대형 시장을 타깃으로 집중 영업을 하면서 틈새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양산을 시작한 LG이노텍은 18인치급 중형부터 50인치 대형 제품을 양산하고 있는 가운데 올인원 PC 제품용 메탈메시 TSP 생산에 우선 집중하고 있다. 금호전기도 글로벌 모니터 업체 등을 대상으로 32인치 대형 메탈메시 TSP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 카지노용 모니터 등 산업용 모니터 시장에 최근 터치스크린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메탈메시 TSP의 신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탈메시 TSP는 대형일수록 제품 특성이 좋아 제대로 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며 “올해 얼마나 다양한 제품에 적용되는지에 따라 제품 생명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