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탁결제원의 ‘전자위임장 시스템’이 열렸다.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주주를 위한 ‘전자투표’ 시스템과 더불어 디지털 주총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전자투표는 ‘안건에 대한 의사를 전자적으로 표시하는 것’으로 전자위임장은 ‘의사 표시를 전자적으로 타인·타기관에 맡기는 것’이다. 두 시스템을 사용하는 기업은 섀도보팅제 폐지와 맞물려 올해 이후 가파르게 증가할 조짐이다.
22일 예탁결제원(사장 유제훈)은 기존 운영하던 전자투표 시스템 내에 전자위임장 시스템(http://evote.ksd.or.kr)을 정식 개시했다.
‘전자위임장 권유제도’는 주식 발행회사가 위임장 권유행위를 전자적으로 수행하고 주주 역시 전자적 방법으로 위임장을 수여하는 것이다. 전자투표와 함께 섀도보팅제 폐지시 주주 의결권 행사를 위한 핵심 대안이다. 당초 지난해 5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폐지가 결정됐던 섀도보팅제도는 지난 12월에 2017년 말까지 조건부 유예됐다. 전자투표를 도입하고 전 주주 대상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한 상장사는 섀도보팅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올해는 유예 조건부 섀도보팅제 이용 기업을 중심으로 전자투표·전자위임장 시스템 사용도 늘어날 전망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월 이후 이미 유가증권 4곳, 코스닥 18곳이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 시스템 사용 계약을 신규로 체결, 2010년 이후 유가증권 시장에서 52곳, 코스닥 시장에서 44곳 기업이 신청했다. 비상장기업 5곳을 더해 총 101곳에 달한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3월말 주총을 앞두고 전자투표 수용 여부를 결정하면서 다음달과 3월 초에 신청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자투표 시스템은 전자투표 제도가 도입된 2010년부터 운영됐지만 지금까지 사용이 저조했다.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 시스템은 여전히 심각한 주주총회 ‘쏠림’ 개최로 주총 참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지난해 1698건의 주주총회(유가증권 722사, 코스닥 976사)가 열린 가운데 12월 결산 법인이 개최한 총회의 98%가 3월에 몰렸다. 3월 21일부터 31일까지 75%가 열렸으며 3월 21일에는 710개사, 3월 28일에 610개사가 총회를 개최했다. 개최지는 서울(40%)과 경기도(27%), 영남(16%), 충청(6%) 등 전국적이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3월 하순, 금요일 오전 9시 서울 지역 개최가 가장 많았으며 대다수 상장법인이 3~5건의 의안을 상정했다”며 “주총 집중화가 심화돼 주주 권리 박탈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전자투표 시스템 수수료는 주주총회 1회당 최저 50만원에서 최고 500만원 규모다. 전자위임장 시스템을 동시에 이용하면 할인된다. 두 시스템을 동시 이용하면 50%, 섀도보팅제 유예기간 동안은 70~80% 할인된다. 2010년 이후 수수료 없이 투자만 늘리며 시스템을 운영해 온 예탁결제원은 10억원가량 수수료 수입을 예상하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전자투표·전자위임장 시스템을 중심으로 펀드넷의 펀드 의결권 행사 서비스를 연계하고 세이브로의 콘텐츠를 보강해 기업과 주주를 위한 의결권 행사 종합 지원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전자주주총회’ 도입을 추진한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의결권 위임 권유행위와 관련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며 “주주의 주주총회 참석의 시간·공간적 제약을 해결하는데 일조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뒀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