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부실인수공방 커지나... 영국 소송전서 패해

휴렛팩커드(HP)와 영국 소프트웨어 업체 오토노미(Autonomy)의 전직 임원들 간 법적 공방이 재점화할 모양새다. 영국 수사당국이 사실상 오토노미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HP, 판정패(?)

영국 중대비리수사청(SFO)은 “유죄로 판명될만한 실제적 증거가 충분치 않다”며 마이크 린치 오토노미 창업자와 수쇼반 후사인 전 오토노미 재무담당최고책임자(CFO)의 회계부정 혐의에 대한 조사를 종결한다고 19일(현지시각) 밝혔다. 2년 간의 긴 싸움 끝에 사실상 HP가 패한 셈이다.

영국 SFO가 ‘증거 불충분’으로 조사를 끝내자 HP측은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HP는 “아직 마이크 린치 오토노미 창업자에겐 당시의 정황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며 “미 수사당국의 조사는 아직 끝나지 않은만큼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오토노미 전직 임원들은 즉각 환영했다. 이들은 미국과 영국의 회계 기준이 달라 회사 가치에 차이가 났으며 오히려 HP가 그간의 싸움에서 과도하게 자신들을 깎아내렸다고 주장한다. 마이크 린치 전 오토노미 창업자는 “그간 주장했던대로 HP의 주장은 허구”라며 “HP는 이제 지금까지의 행동에 대해 책임져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4년 전 무슨일이 있었나

HP는 지난 2011년 영국 검색엔진 소프트웨어 업체 오토노미를 11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듬해 HP는 인수대금으로 88억달러를 내고 오토노미 측이 회사 가치를 크게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오토노미 임원들이 피인수를 앞두고 회계 부정을 저질러 50억달러를 손해봤다는 게 HP의 입장이다.

문제는 당시 매출 부진으로 HP가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었던 상황이라 이를 통해 입은 타격이 컸다는 점이다. HP의 주주들이 회사가 오토노미 인수 당시 회계 실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지난 2012년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했고, 이듬해 레이몬드 레인 HP 이사회 회장이 사임하는 등 부실 인수 논란이 격화됐다.

지난해 중순 주주들과의 협상 끝에 HP는 오토노미 창업자와 전 CFO를 상대로 민·형사소송을 제기하기로 합의했다. HP는 당시 후사인을 상대로 영국에서 민사 소송을 낼 것이라 밝히면서 이와 별도로 미·영국 수사 당국에 자체 조사 결과를 넘겼다.

◇전망은

공은 미 수사 당국에게로 돌아갔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오토노미 측의 주장처럼 미·영국은 소프트웨어 판매량을 회계상 각각 국제회계기준(IFRS)과 일반회계기준(GAAP)으로 다르게 잡아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공방이 될 가능성이 커 미 당국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포브스는 내다봤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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