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9.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 10명당 1명은 ‘백수’인 셈이다. 이는 1999년 통계기준 변경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학교를 졸업해도 갈 곳이 없다는 청년층의 비명과 달리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일할 연구인력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서로 눈높이가 맞지 않은 탓이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청·이노비즈협회의 ‘취업 연계 연구개발(R&D)교육센터 운영사업’이 기업과 구직자 간 일자리 미스매칭 현상을 줄여줄 수 있는 사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사업의 주요 성과와 향후 발전 방안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중소기업청이 주관하고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과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이노비즈협회)가 수행중인 ‘취업 연계 R&D 교육센터 운영사업’은 단순 취업 교육 연계가 아닌 기업 부가가치를 높일 연구 인력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기업에는 맞춤형 기술을 보유한 인재를, 구직자에겐 미래를 선도할 혁신 기술 교육을 통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일반적인 다른 직업 훈련 과정보다 난이도가 높은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사전 수요 조사를 실시해 기업에서 꼭 필요한 기술만 선별했다. 대학(교)졸업 예정자 또는 졸업후 3년 이내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3단계 교육이 이뤄진다.
2013년 처음 시작된 사업은 성과도 톡톡하다.
사업 첫 해 슈퍼컴, 앱개발, 랩뷰(LabVIEW), 디자인, Pro-e, 웹표준 6개 교육 과정을 실시한 결과 과정별 취업률이 적게는 60%에서 많게는 98%까지 나왔다. 특히 웹표준과 P개-e 교육과정은 취업률이 각각 97.9%, 94.9%를 기록해 수료자 대다수가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협회는 지난해 사물인터넷(IoT)을 비롯해 3D프린팅, 빅데이터, 슈퍼컴퓨터, 웹 표준, 반도체, 랩뷰 등 7개 과정을 운영했다.
현재 수료생 499명 중 263명이 기업에 취업된 상태로, 나머지 수료생도 추가적으로 취업을 모색하고 있다.
이중 반도체 과정은 기업의 인력 수요가 가장 많은 교육과정이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 경력자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반도체 업체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시작한 과정이다.
대학 졸업 예정자로부터 취업 인기 교육 과정으로 알려지면서 지난해 응시 대비 경쟁률이 최고 3대 1에 달했다.
교육과정 수료생에 대한 회사 측 반응도 호의적이다.
경기 부천 소재 의료영상장비 제조업체인 프로빅스 안병찬 연구원은 “교육 수료생이 회사에서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파악이 뚜렷해 채용하게 됐다”며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실력있는 엔지니어를 지속 양성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속적으로 노력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데이터 분석 솔루션업체 프로이트는 지난해 빅데이터 교육과정을 수료한 김민승씨를 채용했다.
신치훈 프로이트 팀장은 “김씨가 주로 3~5개월이 걸리는 빅데이터, 리눅스 환경에서의 히둡에코시스템 관련 교육을 단 1개월 만에 마스터한 것이 놀라웠다”며 “개발팀 일원으로서 김씨가 관련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며, 팀에 꼭 필요한 인재로 성장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술로 제작한 유일한 초고성능 컴퓨터 ‘천둥’을 활용한 슈퍼컴퓨터 교육 과정은 국내에서 유일하다.
이노비즈협회가 서울대학교와 협력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참여 교육생 3개팀이 국가슈퍼컴퓨팅 경진대회에 참여해 수상하기도 했다. 이노비즈협회는 교육 과정 참여 희망 구직자가 많아 올해부터 교육 인원을 단계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랩뷰는 제어, 계측, 디자인 분야에 사용되는 직관적 그래픽 기반 범용 프로그래밍 언어로, 사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삼성,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과 세계 110개국 6000여개 대학이 랩뷰를 사용하고 있다. 자동화기기, 로봇, 의료기기 개발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개발 업무에 자주 사용되면서 업계에서 엔지니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케이엠아이시스템은 2~3년차 엔지니어들이 규모가 큰 회사로 이직해 어려워진 인력 운영을 이노비즈협회의 교육 과정을 통해 극복했다.
고경식 케이엠아이시스템 사장은 “매년 엔지니어에게 랩뷰 사용 기술을 교육시키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데, 이미 교육된 인력이라면 채용하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교육 수료생 중에 실무 투입이 가능한 김정환씨를 소개받아 면접을 진행했고, 바로 채용했다. 김씨는 현재 시스템 엔지니어링 부서 연구원으로서 데이터 측정, 제어 모니터링 구현 부분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취업연계 R&D교육센터 운영 사업은 사전 수요를 통해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교육시키고 현장에 바로 투입 가능한 R&D 인력을 연계해주는 인력양성 선순환구조를 갖췄다.
실제로 해당 과정 수료생을 채용한 기업은 수료생이 갖춘 기술 수준에 만족해하고 있다. 특히 간단한 회사 적응 이후 바로 실무에 투입이 가능해 교육 수료생을 찾는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중기청은 올해부터 교육장을 지역으로 확대 운영하고, 관련 교육 과정도 단계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김지현 중기청 기술개발과장은 “취업 연계 R&D교육 과정은 현장 친화형 기술 교육을 통해 기업 입장에서는 보다 빠른 실무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수료생도 기술력을 갖춰 보다 나은 처우로 기업에 취직할 수 있다”며 “구직자와 기업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상생 교육 지원사업”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