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과학향기]쌍둥이에 관한 오해와 진실

요즘 쌍둥이가 대세다. KBS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는 배우 송일국씨의 세쌍둥이 대한, 민국, 만세는 이름처럼 대한민국을 들썩이고 있다. 개그맨 이휘재씨의 쌍둥이 서언, 서준이까지 힘을 합쳐 국민을 ‘쌍둥이 바보’로 만들고 있다. 쌍둥이들이 연일 화제가 되면서 우리 주변에 다태아가 늘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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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도 최근 쌍둥이가 많이 태어났다. 지난 20년간 전체 출생아 수는 점점 감소하면서도 쌍둥이 출생률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출생 통계 결과’에 따르면 다태아는 1만4000여명으로 전체 출생아의 3%를 차지했다. 7000명으로 전체 출생아의 1%를 차지하던 1991년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다태아 증가 이유에 대해 인공 수정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공 수정은 인위적으로 만든 수정란을 엄마의 자궁에 넣고 착상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엄마 몸에 수정란 2~3개를 이식하는데, 이때 이식한 수정란이 모두 착상되면 다태아가 태어난다. 또 다른 시술법인 ‘과배란’은 수정 확률을 높이기 위해 한 번에 여러 개의 난자가 배란되도록 유도하는 방법으로, 여러 개의 난자가 모두 수정에 성공하고 착상돼 쌍둥이로 태어날 확률이 자연 임신보다 50배나 높다.

이란성 쌍둥이는 같은 날 태어났을 뿐, 유전적으로는 일반적인 형제 관계와 똑같다.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는 비율이 일란성 쌍둥이는 100%지만, 이란성 쌍둥이와 일반적인 형제는 50%밖에 되지 않는다.

아주 드물게 2개 이상의 정자가 동시에 난자에 들어가는 ‘다정자 수정’이 일어난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진 수정란은 정상적인 사람 염색체 수인 46개보다 많아지기 때문에 아기로 자라지 못하고 자연유산이 된다.

일란성 쌍둥이는 같은 수정란에서 나온 만큼 많은 것이 똑같다. 성별이 같고 엄마 뱃속에서 갓 나온 쌍둥이의 외모는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거의 똑같다. 이것은 쌍둥이가 갖는 유전자 염기서열이 똑같기 때문이다. 염기서열은 DNA를 구성하는 성분들이 나열돼있는 순서인데 몸의 특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동안 우리는 일란성 쌍둥이의 DNA는 완전히 똑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태어나는 순간의 염기서열이 100% 일치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일란성 쌍둥이도 아주 미미하지만 태어나기 전부터 유전적 차이를 갖고 태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유로핀스(EUROFINS, 유해물질 분석 시험 연구기관) 과학자들은 일란성 쌍둥이인 아빠와 삼촌 그리고 한 명의 아들, 이렇게 3명의 정자를 채취해 DNA를 분석했다. 그 결과, 쌍둥이 아빠와 아들에게서 쌍둥이 삼촌이 갖지 않은 유전적 돌연변이를 발견했다. 아빠와 삼촌이 쌍둥이지만 DNA가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일란성 쌍둥이의 DNA 분석이나 자라면서 나타나는 변화는 과학자들이 언제나 관심을 갖는 연구 대상이다. 유전자가 환경과 유전자의 연결고리를 찾고, 노화나 질병을 대처할 수 있는 치료제나 방법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성유전학은 우주에서도 진행된다. NASA(미항공우주국)는 오는 3월에 쌍둥이 중 한 명은 지구에 있고 나머지 한 명은 우주정거장에 1년간 머문 뒤, 누가 더 늙는지, DNA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 지 확인할 계획이다. 과연 쌍둥이 우주인 형제가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일수록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을 증명할 수 있을지, 후성유전학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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