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는 혼자가 아니다. 자신을 믿어주는 투자자, 사업 파트너, 직원과 고객을 지휘하거나 섬긴다. 사업을 제대로 영위하려면 ‘관계의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는 셈이다. 이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사업은 중단되거나 어려움을 맞는다. 대내외적 관계를 잘 관리하는 것은 훌륭한 CEO의 역량 중 하나다. 어떤 이들은 직장 생활에서 이런 역량을 쌓은 뒤 CEO로 거듭나기도 한다.
조훈식 아이젠글로벌 대표는 직장과 사회생활의 난관을 극복하는 방법이 정경훈 국민대 교수가 쓴 ‘나는 언제나 혼자가 아니었다’ 속에 있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조직 생활에서 적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신념을 지키는 것, 어떤 영역에서든 전문가가 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다. 인간 관계를 통해 쌓은 신뢰는 어떤 형태로든 되돌아온다는 것이 조 대표의 소신이다.
그 역시 같은 길을 걸었다. 소프트웨어(SW) 개발자로 일하다 봉제 산업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으로 뛰어들었다. 기존 봉제기에 IT를 적용해 밑실 소진 시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닥터 소잉’을 개발했다. 봉제기 밑실이 소진되면서 발생하는 이중박음질과 헛박음질은 봉제산업 역사 160년 내내 풀지 못한 난제였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주변의 도움과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은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자동차 분야 적용을 시도 중이다. 봉제 불량은 에어백·안전벨트 불량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상품성이 높다. 접합면이 헐거워지는 헛박음질은 에어백이 빨리 쪼그라들거나 안전벨트가 풀리는 불량을, 이중박음질은 시트 접합면이 뜯기지 않아 에어백이 전개되지 않는 불량을 야기한다.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었기 때문에 주변 도움을 많이 받았다. 조 대표는 수십 명의 투자자와 지인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사업이었다고 강조했다. 전자부품연구원, 한국섬유기계연구소 등 전문 기술기관과 조합·협회의 도움도 받았다.
조 대표는 “나를 믿고 투자해준 수십 명, 7년여를 변함 없이 믿어준 지인들 덕분에 무거운 한 걸음을 뗄 수 있었다”며 “정경훈 교수의 책을 보면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서 얻은 교훈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나는 언제나 혼자가 아니었다’는 정경훈 교수가 한국지엠 근무 시절을 자전적 에세이로 풀어낸 책이다. 성장기와 직장 생활 난관을 이겨내는 과정을 담았지만, 무언가에 도전하려는 이들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로 읽어도 무리가 없다. 조 대표가 회사 직원들뿐만 아니라 동료 사업가들에게도 책을 추천하는 이유다.
그는 “무언가에 도전하다 보면 좌절하고 싶을 때가 생기게 마련인데, 그 때마다 힘이 되는 책”이라며 “도전하는 사업가, 직장 생활 노하우가 필요한 사회 초년생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고 강조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