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해외서 수입하는 반도체 장비 부분품과 원재료에 관세를 부과하게 돼 제품 가격이 오른다. 국내 장비 제조사 대부분이 주요 부분품과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데다 해외 유수 제조사 대비 가격 협상력이 낮아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해외서 수입하는 반도체 생산용 장비의 부분품과 원재료에 관세를 매긴다.
반도체 장비와 항공기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무관세 품목이다. 하지만 정부가 반도체와 항공기 제조를 위한 부분품과 원재료에 관세를 매기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반발해왔다.
현행 관세법은 중소기업을 제외한 기업에 대해 올해부터 관세 감면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한 뒤 감면을 전면 폐지하도록 돼 있다. 부분품과 원재료는 감면율 100% 품목이었으나 2015년 80%, 2016년 60%, 2017년 40%, 2018년 20%로 감면율이 점차 줄어든다. 2019년 이후에는 감면제도를 전면 폐지한다.
하지만 항공기 업계가 관세 감면율 축소 시작 시기를 유보해줄 것을 뒤늦게 요청하면서 항공기 업계만 무관세 혜택을 더 누리게 됐다. 당초 올해부터 감면율이 80%로 축소될 예정이었으나 항공기 업계만 2년 연기해 2017년부터 시행하고 2021년 전면 폐지하게 됐다.
반도체산업협회도 관세 감면 축소시기를 더 늦춰줄 것을 다시 건의했다. 하지만 올해는 20%에 해당하는 관세를 내야 한다.
노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반도체 장비 부분품·원재료의 관세 감면율 축소 시행 시기를 2015년 1월 1일에서 2017년 1월 1일로 2년 연기하는 게 골자다. 2017년부터 1년마다 관세 감면율이 80%, 60%, 40%, 20%로 단계적으로 줄고 2021년부터 무관세 혜택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 부분품과 원재료에 대해 갑자기 관세를 물면 기업에 부담이 되므로 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무관세 혜택을 줄여나가 부담을 완화하고 제도를 연착륙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관련 법안을 지난달 발의했지만 국회 일정 상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언제 상정할지 알 수 없어 올해는 장비 제조사들이 관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반도체 장비에 새롭게 관세가 붙게 돼 전반적인 가격 상승을 피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국내 장비 기업들이 더 큰 가격 인하 압박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회사 규모가 크고 기술력에서 앞선 해외 장비사는 국내 제조사보다 상대적으로 가격 협상력이 높다. 세금 때문에 인상된 가격 부담을 제조사가 떠안게 되는 구조가 될 수 있고 국내 중소 장비사들이 더 큰 폭의 가격 하락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한편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 부문의 관세 감면 금액은 2010년 473억원, 2011년 479억원, 2012년 456억원, 2013년 307억원이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