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우리나라 도로를 달리는 전기자동차가 6000대를 넘어선다. 아직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1%에도 못 미치는 숫자지만 고가의 차 가격과 부족한 충전 인프라 우려에도 최근 2년 전부터 전기차 이용이 크게 늘고 있다. 전기차가 눈에 가시였던 일부 완성차 업체나 정유업계의 부정적인 시각이 바뀐 데다 서울시 등 지자체도 지난해부터 적극적인 보급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늘면 탄소 배출이 많은 석탄·화력발전소를 더 많이 건설해야 한다는 오해가 오히려 신재생에너지·스마트그리드 등 에너지 신산업 분야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9년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전기차 보급을 시작했고 초기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민간 보급을 시작했다. 이 결과 공공 분야보다 민간에서 잠재적 수요가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이 지자체 보급 사업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덕분에 새해 지자체별 보급 사업은 과도한 예산 확보 경쟁으로 심화되고 있을 정도다. 여기에 최근에는 정부가 차량 구매 시 지원하는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를 구매하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이처럼 전기차 시장이 민간 중심의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답보 상태다. 공공에서 민간 시장으로 넘어가는 길목은 마련됐지만, 이후 시장 확대 전략은 없다.
업계는 금전적 혜택보다는 전기차 이용 환경 조성에 힘을 쏟을 때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근 한 완성차 업체도 정작 정부 보조금의 최대 수혜자이지만, 금전적 지원보다는 환경 조성에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조금을 낮춘다면 차 가격도 내리겠다고 할 정도다.
이제 정부는 인위적인 정책에서 시장이 자생적으로 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초점을 둬야한다. 매년 책정하는 막대한 전기차 보조금 예산을 버스 전용차선 이용이나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공용주차장 등으로 투입하는 것이 당장 실현 가능한 대안이다. 정부가 할 수 없다면 지자체부터 실효성을 검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새해에는 일방적으로 등을 떠미는 정책보다 시장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