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경유 판매 가격이 지난해 대비 10% 가까이 하락했지만 휘발유, 경유 소비량은 사실상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 제품 가격 내림세가 아직 소비 심리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2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누적 휘발유, 경유 판매량은 1억6800만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4%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 기간 주유소 석유 제품 판매 가격이 하락하고 자동차 등록 대수가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 상황으로 분석된다.
특히 주유소 가격이 본격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수송용 휘발유, 경유 누적 판매량은 4636만배럴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1% 상승하는데 그쳤다. 11월 한 달 소비량은 1865만9000배럴로 오히려 전년 대비 2% 가까이 하락했다.
올해 11월 주유소의 보통 휘발유·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7.9%, 9.4% 하락하는 등 지난 6월부터 24주 연속 내림세를 유지하고 있다. 자동차 등록대수도 지난 10월 말 2000만대를 돌파하는 등 지난해 대비 3% 이상 증가했다. 상황만 놓고 보면 석유 제품 소비가 늘어야 하지만 제자리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경유는 등록 차량 대수가 지난해보다 6% 이상 늘어남에 따라 판매량이 소폭 상승했지만 휘발유 수요가 뒷걸음질 치며 전체 소비량에 큰 변화를 주지 못했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석유 제품 가격이 소비량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유소 판매 가격 하락이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반대로 기름값이 상승할 때 석유제품 소비가 크게 감소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 유가 하락이 수요 확대로 이어지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수송용 LPG 수요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 11월까지 누적 LPG 소비량은 3762만 배럴로 지난해 같은 대비 5.8% 감소했다. LPG 차량 수요가 경유·휘발유 차량으로 옮겨가면서 수요가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