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둔 미국 이동통신 4사가 휴대폰 판매가격 인하 경쟁에 돌입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3일자 석간으로 보도했다.
경쟁사 대비 ‘반값 통신비’를 보장하는 특판에 돌입한 스프린트가 이번 가격인하 경쟁의 불을 점화했다.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스프린트는 버라이즌과 AT&T에서 자사로 전환하는 고객에 한해, 기존에 이들 이통사에서 내던 요금의 절반만 받는 마케팅을 지난 5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4인 가족이 15기가를 사용하는 요금제의 경우, 그동안 버라이즌이나 AT&T에서 월 160달러(약 18만 원)을 냈다면, 스프린트에서는 같은 조건에 80달러만 청구한다. 희망자는 신청시 기존 청구서를 매장에 제출해야 한다.
스프린트의 이같은 ‘모험’에 현지 의견도 엇갈린다. “싸다는 이유만으로 업계 1·2위 이통사의 가입자들이 하위 이통사로 쉽게 움직이겠느냐”는 분석이 있는 반면, “이번 조치로 ‘스프린트=저렴’이라는 이미지가 생겨 마케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지난 8월 취임한 마르셀로 클라우르 스프린트 CEO는 “통신료가 특별히 싼 것도 아니고, 네트워크가 유독 강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계약자가 감소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주문한 바 있다.
취임 직후 그는 ‘무제한 요금제(음성·데이터 포함)를 업계 최저가인 월 60달러로 파격 인하했다. 이후에도 요금제 개정을 반복하면서 계약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모기업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스프린트에 대해 “눈앞의 이익보다, 중장기 이익과 본질적인 경영 개선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마케팅 비용을 늘려 고객 확보에 총력을 기하는 동시에, 신규 계약을 받을 때 고객 심사를 엄격히 해 객단가 높은 고객을 늘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스프린트의 반란에 경쟁사들도 반격에 나서고 있다. 만년 꼴찌 T모바일은 지난 9일 가족형 무제한 플랜을 신규 출시했다. 2인 가족이 월 100달러만 내면, 기존에 140 달러짜리 플랜(140 달러)을 서비스해준다. 고객 입장에서는 약 30%의 통신비 인하 효과가 있다.
AT&T도 지난달 중순부터 130달러 짜리 플랜(데이터 15기가)의 요금을 100 달러로 내렸다.
시장이 과열양상으로 치닫자 소모전에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UBS는 버라이즌과 AT&T의 4분기 영업이익률이 일제히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미 이통4사의 주가는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