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이 오는 18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실시한 공모주 청약 결과 30조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삼성생명이 세운 기록을 뛰어넘어 역대 최대 공모 금액이다.
제일모직 상장 대표주관사인 KDB대우증권이 일반 투자자 공모 이틀째인 11일 KB투자증권·대우증권·우리투자증권·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하나대투증권 6개 증권사의 청약 마감 현황을 집계한 결과 경쟁률이 194.9대 1을 넘어섰다. 공모 첫날 6조원을 넘어선 제일모직의 청약 증거금은 이튿날 더 가파르게 쌓여 30조649억3131만5000원에 달했다. 삼성SDS와 삼성생명(19조8000억원)을 동시에 뛰어넘는 규모다.
전체 청약 주식수가 11억2057만3920주에 이르렀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이미 삼성SDS가 이틀간 모은 증거금에 육박하는 14조9000억원이 쌓였다. 삼성SDS는 지난달 초 일반 공모주 청약 당시 134대 1의 마감 경쟁률로 이틀간 15조5500억원을 끌어 모은 바 있다.
증권사별 경쟁률은 신한금융투자가 330.2대 1로 가장 높았다. 이어 삼성증권(264.2), 하나대투증권(189.7), 대우증권(172.5), KB투자증권(167.5), 우리투자증권(159.7) 순이다. 공모가 5만3000원 기준 시가총액은 7조1550억원이다. 상장 후 유통 가능한 주식은 19.2%다.
표. 증권사별 청약 경쟁률 (자료:KDB대우증권, 11일 4시 마감 기준)
◇뉴스의 눈
제일모직 공모 흥행은 상당부분 예견된 일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일가가 지분을 대거 보유한 두 삼성 계열사 중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지배구조 핵심주’란 이유에서다. 제일모직 최대 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23.24%)이다.
제일모직은 삼성전자 지분을 7.6% 보유한 삼성생명을 주요 자회사로 뒀다. 제일모직 상장이 앞으로 3세 경영을 위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의 핵심 단계로 해석되는 배경이다. 삼성생명은 대부분 금융 계열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삼성전자가 제조 계열사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삼성생명에서 전자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최상단에 제일모직이 위치했다.
이런 이유로 공모에 앞서 목표주가 보고서를 내놓은 키움증권·KTB투자증권·LIG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 4개 증권사는 제일모직이 ‘실질적 지주회사’라고 사업가치 대비 고평가하며 7만~10만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환 과정은 제일모직이 지주사가 되는 과정”이라며 “지주사 역할은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공모 후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3남매가 가질 지분율은 39%에 육박해 공모가 기준 3조원 가까운 상장 차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추가 M&A로 제일모직의 지주사 역할을 한층 강화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통한 삼성전자 지분 확대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3.4%를 제일모직으로 증여 △제일모직과 삼성생명·삼성화재 보유 지분의 합병 등 시나리오를 내놨다.
경기변동에 크게 민감하지 않은 제일모직의 사업구조상 결국 지주사 역할 프리미엄에 거는 기대가 높은 셈이다. 3분기 기준 제일모직의 매출 비중은 패션부문에서 35%, 식음료서비스부문에서 31%, 건설부문에서 23%, 레저부문에서 9% 등이다. 주요 자회사는 삼성생명을 비롯해 삼성웰스토리,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있다.
오진원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향후 바이오시밀러 사업 구체화에 따라 목표가 상향 여력이 존재한다”고 예상했다.
바이오로직스 사업을 엔진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개편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 성장의 열쇠인 바이오로직스 지분율과 삼성물산의 삼성SDS 지분율 감안시 삼성전자 지분 확보를 위한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지분 확보 관련 논의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번 공모로 제일모직 지분을 보유한 KCC와 삼성카드·삼성SDI가 보유한 구주 1875주 매출이 일어나면서 삼성 계열사 지분율은 18.5%에서 8.8%로 낮아진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