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복합할부금융 수수료 협상을 앞두고 삼성카드와 신한카드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와 KB국민카드가 금융당국의 중재로 복합할부금융 가맹점 수수료율에 극적 합의한 가운데 내년 3월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삼성카드에 불똥이 튈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복합할부금융 취급액 1위는 현대카드(1조9000억원)지만 올해 들어 취급을 중단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문 선두는 삼성카드다. 취급액만 1조2500억원에 달한다.
현대자동차는 삼성카드에 KB국민카드보다 낮은 1.3%의 수수료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카드와 합의한 수수료율은 1.5%다.
이미 현대차는 KB국민카드와의 수수료율 협상에서 1.5% 수준의 합의 외에 ‘체크카드 수수료율’이라는 문구를 병기하기로 해 삼성카드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신한카드는 현대자동차와의 복합할부 수수료 갱신에 대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 복합할부 취급액이 약 1500억원 수준에 불과해 수수료 합의에 실패해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다.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복합할부 취급액이 미미한 수준이라 사업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라며 “오히려 취급액이 큰 삼성카드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는 현대자동차와 삼성카드 간 복합할부 갱신 추이를 지켜보면서 협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반면 사실상 복합할부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카드 입장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수수료율 인하가 큰 악재다. 양사 간 입장차이가 너무 커 협상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내년 3월 가맹점 계약에 현대차가 낮은 수수료를 요구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1.5%보다 낮은 수수료를 요구할 경우 이는 엄연히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위배되는 행위”라며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이 1.5~1.9%인데 이를 무너트리는 것은 대기업의 횡포”라고 지적했다.
카드업계도 삼성카드의 수수료율 협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카드의 협상 결과에 따라 가맹점 수수료율이 사실상 정해지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복합할부금융은 자동차를 사는 고객이 신용카드로 차 값을 결제하면 캐피털 회사가 대신 돈을 지급하고 고객으로부터 매달 할부금을 받는 상품이다. 카드사와 캐피털 회사는 결제 대금의 1.9% 안팎을 자동차 회사로부터 수수료로 받는 대신 차 구매 고객에게는 추가 금리 인하, 카드포인트 적립 등 인센티브를 준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복합할부금융 이용액은 2010년 9000억원에서 2013년 4조6000억원으로 연평균 74.4% 증가했으며 전체 할부금융 이용액 대비 복합할부금융 이용액 비중은 2010년 8.6%에서 2013년 30.7%로 급등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