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에 신음해온 정유업계가 이제는 저유가로 인한 실적 개선을 기대한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폭이 제품 가격 하락폭을 앞지르면서 정제 마진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고평가손실이 줄어들면 내년 불황 탈출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정유사 정제 마진은 최근 16개월 내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정제 마진은 정유사가 원유를 수입하는 가격과 정제를 거쳐 생산한 제품 가격 차이로 정유사 수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금융권에서 추산하는 국내 정유사 복합정제 마진은 지난달 말 배럴당 7.8달러까지 상승했다. 원유 1배럴을 정제해 판매했을 때 7.8달러의 이익을 남긴다는 뜻이다. 보통 정유사 정제 마진 손익분기를 배럴당 7달러로 보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이익이 발생하는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올해 정제 마진은 연초를 제외하고는 줄곧 배럴당 4~5달러를 유지해 정유사는 팔아도 밑지는 장사를 해왔다. 여기에 비쌀 때 원유를 구입했다가 이후 원유 가격 하락으로 재고평가손실이 더해지면서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4개 정유사가 3분기까지 정유부문에서 기록한 누적 손실액은 1조175억원에 달한다.
업계는 최근 유가 급락으로 오히려 정제 마진은 회복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반기 국제 유가가 약 30% 이상 하락했지만 제품 가격 하락폭은 이보다 적어 마진이 상승했다.
정제 마진은 정유사 수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현 상황을 유지하면 내년도 영업이익을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변수는 재고평가손실이다. 최근처럼 유가가 지속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손실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업계는 4분기 들어서도 유가가 급락하면서 정유사가 손실을 피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유가 하락으로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하지만 수익도 개선되고 있어 내년 상반기 실적이 일부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있다”면서 “유가가 크게 요동치지 않고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정유사와 소비자 모두 유가 하락으로 인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유주는 정제 마진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제히 상승했다. 지난 5일 장마감 기준 에쓰오일은 5.79% 상승한 4만5650원, SK이노베이션은 0.7% 상승한 8만6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