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수출, 무역규모, 무역흑자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지난해 이어 또 한 번 이른바 ‘무역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내년 수출전선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엔저 현상 등 변수가 여전해 신중한 접근과 대응책 마련이 요구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1월 수출과 수입은 각각 전년 동월 대비 1.9%, 4.0%씩 감소한 470억달러와 410억달러로 집계됐다. 무역수지는 56억달러 흑자로 34개월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연간 무역규모는 지난달 28일 지난해보다 8일 앞서 1조달러를 넘어섰다. 사상 최단기 1조달러 달성 기록이다.
11월 수출은 조업일수가 전년보다 하루 적어 다소 감소했으나 일평균 수출은 전년 동월 20억4000만달러에 비해 2.4%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16.7%)·철강(13.3%) 등이 증가세를 보인 반면에 가전(-28%)·석유제품(-21.6) 등은 감소했다.
지역별로 대미 수출은 20.8% 크게 늘어났지만 대일 수출은 24.4% 큰 폭으로 감소했다. 권평오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대일 수출 감소는 품목별로 점검해 원인이 나오면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올해 수출 규모가 전년 대비 2.8% 늘어난 5750억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입은 2.8% 증가한 5300억달러, 수출과 수입을 더한 무역규모는 1조1000억달러 내외로 전망했다. 무역수지는 전년 440억달러에 비해 10억~20억달러 많은 450억~4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대로 되면 수출, 무역규모, 무역흑자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다.
올해 호실적에도 향후 전망은 조심스러운 편이다. 실제로 11월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줄자 경기 불황 때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 흑자폭이 확대되는 ‘불황형 흑자’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산업부는 “조업일수 영향을 제외한 일평균 수출은 늘어났고, 수입은 유가하락 영향을 받은 원자재를 제외한 자본재와 소비재 부문은 증가하고 있어 불황형 흑자로 보기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내년 수출의 변수는 우리의 주요 수출 상대국인 중국의 성장 둔화와 엔저로 인한 일본과 경쟁 심화 등이다. 반도체와 철강을 제외하면 마땅히 믿을 만한 수출 품목이 없는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유가 하락으로 인해 주력 상품의 하나인 석유제품 수출이 감소하는 것 또한 수출 증가를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권 실장은 “업종별로 나눠 실제 산업현장에서 내다보는 내년 수출 전망을 파악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관련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