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크루스테스는 잔인함의 대명사로 통한다.
그의 집에는 철로 만든 침대 하나가 있다. 그는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누이고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그만큼 잘라내고,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침대 길이에 맞춰 늘여서 죽였다. 어느 누구도 침대에 키가 딱 들어맞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모든 사람이 피해자가 됐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에 의해 본인의 침대에서 죽음을 맞았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종종 현대 사회에서 법과 규제에 빗대어진다.
정부나 특정 단체가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만들면서 규정을 어긴 개인이나 단체를 옭아매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발전이 빨라지면서 낡은 법률이나 규제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역할을 하는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게 게임과 금융 서비스 규제다. 게임의 경우 정부가 세계에 유례없는 셧다운제를 비롯해 중독세 부과 등이 이뤄졌다. 그러면서 홀대받은 개발자와 게임기업은 국적을 바꾸겠다고 나선 사례가 등장할 정도다.
뱅크월렛 바람이 일고 있는 금융도 규제로 진화가 어려운 상태다. 최근 다음 카카오가 신용카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에 이어, 스마트폰에 담긴 ‘지갑’이라는 ‘뱅크월렛카카오’를 출시했지만 이를 사용하기 위해선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접속해 액티브X를 설치하고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해 리눅스 같은 운영체제(OS)로는 실행조차 할 수 없다.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복잡한 인증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중국의 알리페이나 미국 페이팔의 최근 활약상과도 비교된다.
이는 게임과 금융에만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다. 콘텐츠의 모바일 유통이 확산되고 있지만 성인인증과 본인인증 두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하는 콘텐츠 업계 역시 기존 법률에 불만이 넘치기는 마찬가지다.
법률이나 제도는 국민과 공공의 안전과 보호를 위해 필수적인 장치다. 하지만 그 법이 지나치게 과거에 얽매인다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 할 수밖에 없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