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DBMS 발주 사업을 주도했던 공공과 금융 분야 DB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국내 DB 업계가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내년 조달·국방 분야 대규모 공공사업 발주가 예정돼 활로를 찾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공공과 금융 분야 대규모 DB 관련 사업 발주가 늦어져 일부 DBMS기업들이 한파를 맞고 있다. 한 DBMS업체 대표는 “국산 DBMS기업의 공급 물량 대부분이 공공 분야에서 이뤄진다”며 “그러나 올해는 하반기 사업 발주가 적어 업계 전체가 경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수백억원대 시스템 구축에 뛰어든 인천공항과 일부 국방시스템 구축 사업 외에는 굵직한 DB 구축 사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 정보화사업 발주가 늦어지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업계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와 선거 등으로 지자체 주요 정보화 사업이 미뤄져 사업공고가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하반기부터 소규모 사업공고가 이뤄지고 있지만 대부분 내년에 완료되는 것들이어서 올해 매출로 잡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DBMS 업계가 경직되면서 중소 DB업체는 경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영세업체는 인력 감축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 DB 업계 종사자는 “몇몇 DB업체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인건비 절감을 위해 임직원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공공사업으로 연명하는 국내 DB 시장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외국계 DB업체들도 유동적인 가격정책으로 시장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나 돼야 DB기업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내다봤다. 해군 지휘통제시스템(C4i), 나라장터 고도화, 재난안전망 구축 등 1000억원 이상 굵직한 공공사업이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방 분야에서 SW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토종 DB 업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과 금융에서 국산 DB 도입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내년도에는 파산에 이를 DB업체도 몇몇 등장할 것”이라며 “외산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국산 DB 활성화를 위해 공공 수요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