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반기업 정서가 강하다. 경제 주체로 고용을 창출하는 역할보다 눈앞의 이익만 좇고 피고용인을 착취한다는 인식이 더 세다. 극히 일부 악덕 기업 행태를 모든 기업으로 일반화한 오류다. 이 정서가 최근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기업 및 경제 현안에 대한 국민인식을 조사한 결과 기업 호감도가 지난해 63%에서 올해 65%로 올라갔다. 기업인 호감도도 51%에서 60%로 상승했다. 전문 경영인 호감도는 66%에서 79%로 껑충 뛰었다. ‘국내 반기업 정서가 강하다’고 응답한 비율도 63%에서 59%로 감소했다. 경제성장에 필요한 요건에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을 언급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기업, 특히 기업인을 향한 시선이 확실히 따뜻해졌다.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오해가 상당 부분 풀린 것을 넘어 그 역할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속마음은 다르다. 분명 기업인과 기업가정신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정작 본인이나 자녀는 기업가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공무원(43%)과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23%)을 원했다. 특히 공무원 선호도는 1년 사이 9%포인트나 올라갔다.
경기 불황 탓에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셈이다. 이해할 만하지만 지나친 안정 지향은 곤란하다. 경제와 사회에 활력을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불황 극복에도 장애로 작용한다. 자칫 악순환으로 고착화할 수 있다. 기업가 정신을 북돋울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
이재열 한국은행 총재는 어제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가가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금융사부터 근로자까지 돕고 상생협력하자는 얘기다.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기업가를 제대로 대접하는 것이 우선이다. 훌륭한 기업가를 마치 영웅처럼 대우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이를테면 기업인 행사 때 상투적인 정치인과 관료 의전부터 없애야 한다. 기업인을 주인공으로 삼는 것만 잘해도 기업인 사기가 올라간다. 이 주는 기업가정신 주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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