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국가와 닷컴 갈등 커지는 이유는...

국가와 닷컴 간 지속적 갈등은 국가와 인터넷이 가진 근본적 속성 차이에서 비롯된다. 본질적으로 국가는 효율적인 통치를 위해 정보를 통제하고 싶어 한다.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 태어난 인터넷은 이와 정반대다. 포털·SNS 기업의 사업 근간도 최대한 많은 정보가 많은 사람에게 널리 전파되도록 하는 것에 있다. 이 같은 정치·사회학적 이유뿐 아니라 세금이나 망 사용료를 둘러싼 경제적 이슈에서 국가와 닷컴이 추구하는 가치가 상반되다보니 둘은 지속적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는 숙명적 관계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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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인터넷세’ 도입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시위 참가자들은 휴대폰을 흔들면서 시위를 벌였다. 헝가리 정부가 세계 최초로 ‘인터넷세’ 도입을 추진하면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국가와 닷컴 간 정보 통제를 둘러싼 정치적 이슈

‘클릭’과 ‘엔터’ 한번으로 모든 정보는 전 세계로 삽시간에 퍼지는 위력을 발휘 한다. 특히 독재로 정치권력의 정당성이 약한 국가에서 민초의 SNS 위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튀니지 발 아랍 민주화 혁명이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은 젊은 인구가 많은 아랍 지역의 SNS 덕분이었다. 국가 지도자의 부당함에 대한 정보가 삽시간에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급속히 퍼졌다. 사람들은 동원됐고 함께 모여 민주화 운동을 벌여 결국엔 장기 독재 체제를 종식시켰다. 튀니지, 리비아, 예멘, 알제리 등에서 분 ‘아랍의 봄’으로 앞으로도 IT가 정치권력에 지속적인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반대로 해당 국가의 실질적인 SNS 규제 조치도 등장하고 있다. 중동걸프인권센터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중동의 많은 국가에서 인터넷 상 행위에 대한 형사소추를 할 수 있는 법을 새롭게 제정했다.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은 SNS에 올린 글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게 하는 ‘사이버 단속’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적극적으로 국가가 나서 SNS에 목을 죄겠다는 조치다.

◇결국 문제는…돈

정보를 통제하려는 국가와 정보를 퍼뜨리려는 닷컴 기업 간의 정치적 알력관계는 사실상 정보통제가 심각한 일부 독재국가에 한정된 이야기일 수 있다. 정보 통제를 둘러싼 정치적 이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많은 이해관계자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결국 경제적인 이슈다. 망을 사용해 수익을 내고 있는 닷컴 기업에 국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요금이나 세금을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대외적으로는 엄격한 ‘망중립성’ 잣대를 들이민다. 1990년대 초 미국에서 처음 언급된 망중립성 개념은 어떤 이유로도 인터넷에 접속할 권리가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지금까지 닷컴 기업은 망중립성 원칙을 내세워 통신사에 별도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은 대내적으로는 ‘피어링’이라는 방식으로 콘텐츠 유통 업체인 넷플릭스에 사용료를 청구하면서 망중립성 완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피어링은 통신사 망이 아닌 별도 망을 구축해 돈을 받고 이용 권한을 주는 방식이다.

SNS 종주국인 미국에서 조차 흔들리는 ‘망중립성’ 원칙으로 국가와 닷컴기업 간 오묘한 긴장관계가 지속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무선망 기술을 선도해 기술투자가 집약된 한국에선 보다 파격적인 닷컴과 국가 간의 갈등 방아쇠가 당겨졌다. 정부가 ‘데이터 접속료 부과’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론적으로 닷컴 기업이 망을 이용해 수익을 내고 있으니 그에 합당한 사용료를 내라는 취지다. 원래는 통신사끼리 음성통화에 합당한 음성 상호 접속료만 부과했다. 그러나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가 보편화 되고 데이터 접속량이 증가해 시장 상황이 변했다. 시장상황을 반영해 ‘데이터’ 중심으로 상호접속료를 부과하겠다는 조치다. 논의에서 발 빼고 싶어 하는 것은 닷컴 기업이다. 정부가 데이터 접속료 부과 주체에 망을 사용해 돈을 버는 인터넷 기업을 포함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망중립성’ 원칙을 들어 닷컴 기업은 외면하고 있지만 앞으로 이 논의는 국가와 닷컴 기업 간의 또 다른 갈등 요소로 부각될 전망이다.

◇‘반구글정서’ 유럽, 닷컴기업엔 따가운 눈초리…

유럽에선 사회, 경제 등 다양한 부문에서 국가와 닷컴이 부딪힌다.

최근 유럽 정부가 페이스북에 사용자 데이터를 요청하는 빈도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규정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관행이지만 정부의 간섭이 SNS 기업에겐 눈엣 가시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공룡 IT기업의 저작권 훼손, 조세 회피 문제 등으로 반구글정서가 팽배한 유럽에선 스페인 정부가 먼저 칼을 뽑아 들었다. 포털사이트에 뉴스 저작권 사용료를 징수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일종의 ‘구글세’로도 불리는 이 세금은, 공짜로 뉴스를 갖다 쓰는 구글에게 콘텐츠 사용료를 내라는 조치다. 사실상 유럽 검색시장의 80% 이상을 평정하고 있는 구글에 대한 스페인의 견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스페인뿐 아니라 독일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다. 내건 기치는 자국 언론 산업의 보호다. 앞으로도 구글세를 시작으로 페이스북 세, 야후세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형 포털 사이트를 규제할 세금 카드를 내놓을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죄어오는 개별 국가의 압박…초국가적 힘을 가진 ‘스마트 권력’ 닷컴

각국 정보의 정보공개 요청이나 세금 부과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개별 국가는 포털·SNS등 닷컴 기업을 압박하고 있지만 해당 기업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는다. 개별 국가의 데이터 접속료 청구, 세금 등에 당혹감을 표하면서도 제 살길을 찾겠다며 세금 회피 등 우회로를 찾고 있다.

구글은 월 방문자 10억명, 페이스북 사용자는 50억명 이상으로 이미 한 지역 국가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도 이미 개별 국가의 영향력을 초월한다. 한국도 지난 2012년 구글의 개인정보 불법 수집의혹을 수사하면서 검찰이 구글 스트리트뷰의 개발자를 소환했지만 묵살 당한 바 있다. 개별국가의 국내법을 적용해 글로벌 IT기업을 상대하기엔 이미 먼 길을 왔다.

다양한 이유로 앞으로 개별 국가와 범국가적 권력이 된 거대 IT 기업 간의 신경전은 지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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