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진이 초파리를 이용한 연구를 통해 성 행동 조절단백질이 수면 항상성 조절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앞으로 수면질환과 불임의 관련성 이해와 관련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이론적 기반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준 광주과학기술원 교수와 최준호 카이스트 교수는 수면 항상성 조절에 중요한 유전자와 신경회로를 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인간의 수면은 수면 항상성 조절을 받게 된다. 수면 항상성은 생명체에서 각성기간이 길어지면 수면 요구가 늘고, 임계선을 넘어 잠들게 되면 수면요구가 감소하는 속성을 말한다. 수면 항상성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으면 수면 장애를 겪게 된다.
연구팀은 초파리 모델을 이용해 성 행동 조절 인자인 ‘SPR’과 SPR을 활성화하는 단백질 ‘MIP’로 이뤄진 신경 회로가 수면 항상성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SPR은 초파리 수컷의 정자와 함께 전달되는 성 펩타이드(Sex Peptide)의 수용체다. 교미를 통해 성 펩타이드를 전달받은 암컷 초파리는 다른 수컷을 거부하고, 산란을 준비한다.
연구결과 초파리의 뇌신경조직을 관찰한 결과 수면 조절에 중요한 PDF(신경회로망)에서 생성되는 SPR이 MIP에 의해 활성화되면, 각성 물질의 생성을 억제해 수면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지 온라인판 10월 21일자에 게재됐다.
김영준 교수는 “앞으로 신경세포가 뇌의 수면요구에 반응해 MIP의 분비를 조절하는 과정을 규명한다면 인간의 수면항상성 조절 메커니즘의 원리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