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 사이트]스가와라 이치고

“모르고 보면 쓰레기지만 알고 보면 값비싼 상품이죠. 리사이클의 가치를 알리는 데 사진은 매우 유용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사진작가 스기와라 이치고(54)의 사진에서 페트병, 캔, 고철, 폐가전은 매우 익숙한 소재다. 많은 사람이 쓰레기라고 부르는 이 피사체는 그의 사진에서 때로는 질서정연하게, 때로는 깨끗하게 표현된다. 사진을 보고 있으면 심지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소중한 자원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이치고씨의 시선이 사진에 그대로 묻어나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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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고씨가 사진작가로서 다소 특이하게 리사이클을 주제로 택한 것은 지난 2007년, 리사이클 전문 기업 세이난상사의 의뢰로 자원 재활용 과정을 촬영했을 때부터다.

이치고씨는 “버려지고 관심 받지 못한 온갖 제품이 재활용돼 가치 있는 상품으로 재탄생하는 것을 보고 경이로운 감정을 갖게 됐다”며 “일반인에게 리사이클 가치와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대상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치고씨는 일본 전역의 재활용 현장을 찾아다녔고 셔터를 눌렀다. 2009년부터 잡지에 리사이클을 주제로 찍은 사진을 연재했다. 여전히 다양한 주제로 사진을 찍고 있지만 리사이클은 그에게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됐다.

그의 행보는 더욱 넓어졌다. 단순히 사진을 찍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리사이클 사업을 기획하고 참여했다. 세이난상사, 도호쿠대학과 2011년 일본 동북지방에 발생한 대지진 피해지역 재건 사업을 기획한 것은 그 시작이다. ‘더스트 마이 브룸 프로젝트’로 명명한 이 사업에서 이치고씨는 2년간 재건현장을 누비며 활동상황을 사진에 담았다. ‘더스트 마이 브룸’은 미국 블루스 거장엘모어 제임스의 대표곡 제목이다. 과거의 것을 털어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뜻으로 동북 지방 재건 사업에 걸맞아 주저 없이 선택했다. 이치고씨는 피해 지역을 매일 돌아다녔다. 피해가 가장 심해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후쿠시마에도 집적 들어갔다. 대지진으로 갑자기 폐허가 돼 버린 마을이 어떻게 되살아나고 이 과정에서 리사이클이 얼마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는지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기 때문이다.

오는 16일까지 서울 효자동 류가헌에서 열리는 ‘더스트 마이 브룸 프로젝트 보고전 2014 서울’은 당시의 활동의 소산물이다. 지진 속에서도 유실되지 않고 살아남은 ‘기적의 소나무’, 폐허가 된 어촌마을 ‘야마다마찌’, 리사이클을 통해 재건 상황을 소개한 ‘후쿠시마’ 등 수많은 사진을 볼 수 있다.

이치고씨는 “대지진 재건 사업에 참여하면서 리사이클에 중요성을 다시 느끼는 등 인식이 또 한 번 바뀌게 됐다”며 “사용하던 제품이 버려진 이후 어떻게 처리되고 다시 태어나는지 모든 사람이 관심을 갖고 알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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