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프트웨어(SW) 중심사회 실현’의 일환으로 임베디드 SW 산업 발전을 천명했지만 부처 간 엇박자로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력산업 고도화의 핵심 축인 임베디드 SW 사업이 시작부터 추진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임베디드 SW 관련 신규사업 예산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계속사업을 위해 받는 약 46억원의 예산도 내년을 마지막으로 지원이 끊긴다. 산업부는 예산 확보를 위해 다각도로 방법을 강구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SW 정책 마련과 산업 활성화를 주도하는 부처는 미래부다. SW 연구개발(R&D) 사업 등에 활용되는 정보통신진흥기금(이하 정진기금) 운용도 미래부가 맡는다. 하지만 임베디드 SW는 주력 산업과 융합이 중요하다고 판단, 산업부가 담당하면서 부처 간 엇박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전 정부에서는 지식경제부가 SW 전체를 담당하고 정진기금도 운용해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미래부는 정진기금으로 임베디드 SW 계속사업은 지원하되 신규사업에는 예산을 배정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은 산업부 자체 예산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미래부는 정진기금으로 올해 계속사업 예산 46억원만 지원했으며,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그나마 내년이면 모든 계속과제가 종료돼 2017년부터는 미래부 지원이 아예 없어진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진기금으로 수행하는 ‘SW 컴퓨팅’ 사업 중 임베디드 부문만 산업부가 담당하는 것”이라며 “일부 과제가 종료되면 그만큼 신규과제를 할 수 있도록 예산을 줘야 하지만 미래부 생각은 다르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부족한 자금을 다른 R&D 예산에서 ‘십시일반’으로 끌어모아 임베디드 SW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IT융합 과제, 기술료 사업 등이 주요 출처다. 하지만 정진기금이 주요 자금처인 만큼 넉넉한 자금 확보는 어렵다.
또 다른 산업부 관계자는 “임베디드 SW 사업에 예산이 얼마 투입되는지 딱 잘라 얘기할 수는 없다”며 “예산은 빡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아예 정진기금과 고리를 끊기 위해 예산 계정 변경도 검토하고 있다. 정진기금이 아닌 일반회계 예산으로 임베디드 SW 사업을 추진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계정 변경 과정이 복잡해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는 작년 겨우 불을 지핀 임베디드 SW 산업 활성화가 예산 문제로 추진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산업부와 미래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SW 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정부 방침이 주력산업과 연계해 임베디드 SW를 육성하겠다고 한다면 예산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면서 “예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내년에도 부처 간 협업이나 정상적인 산업 육성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