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엔저 악재... 국내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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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의 공습이 시작됐다. 엔저의 가속화로 국내 주요 산업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수출 등 영업에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12년 12월 집권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휘 아래 엔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를 결정하며 엔 환율 하락 속도가 빨라졌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국채 매입 금액을 연간 50조엔에서 80조엔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연간 본원통화 공급량도 80조엔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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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정책 지속하는 일본

일본은 양적완화 정책을 물가 상승률이 2%대로 안정될 때까지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물가 상승률은 오는 2016년에도 1%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문가들은 양적완화 정책이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한다. 양적완화가 계속된다면 내년 말까지 일본의 본원통화(자금 공급량)가 350조엔을 돌파해 2017년 초에는 미국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추가 양적완화 발표 이후 엔·달러 환율은 115엔대까지 올라 엔화 가치가 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일본 등 아시아 증시와 유럽, 미국 증시는 동반 상승했다.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국내는 주요 산업주들이 급락하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를 그대로 반영했다. 추가 양적완화 발표 후 원·엔 환율은 950원선에서 움직이며 지난 2008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내 금융 전문가들은 내년 미국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이 평균 110~120엔까지 오르며 엔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일본 제품과 경쟁하는 분야의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보는 가장 큰 이유다. 100엔당 원화는 평균 900~950원선으로 전망되며 일부에서는 800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 경제 방어책 있나?

엔저 공습으로 일본과 직접 경쟁하는 국내 산업계는 직격타를 맞고 있다.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를 발표한 이후 지난 3일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관련주가 급락하는 등 시장 우려가 드러났다.

일본 엔화가 7년 만에 달러당 115엔대로 오른 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1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보겠다”고 말했다.

시장은 한국은행이 어떤 통화정책을 취할지 주목하고 있다. 그럼에도 당국이 환율 싸움을 위해 금리인하 카드를 섣불리 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를 선택한 뒤 연이어 인하를 결정하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적은 지난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이후 한 번도 없었다.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가 더 떨어지면 국내 채권과 증시에서 외국자본이 대거 유출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시장은 이미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들은 상장주식 2조1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서 하루도 코스피에서 순매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손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의 추가 양적완화도 엔저 여파로 경쟁력이 약화된 국내 업체들에게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장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이후 최대 1조유로 규모의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6일 통화정책회의 직후 “필요하다면 비전통적인 통화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 집행이사회의 만장일치 의견”이라며 경기 부양을 위해서 시장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시장 전문가들은 엔저 국면에서 유럽의 양적완화 조치는 유로화 약세를 불러와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더 약화 시킬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달러화 강세와 함께 국내 경제가 진퇴양난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