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 나물 무침, 딱정벌레 피자, 사마귀 크림 스파게티, 바퀴벌레 간장 조림, 개미 비빔밥’
머지않아 저녁 식탁에 벌레로 만든 음식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전 세계적으로 식량난과 환경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떠오르는 대안 식량이 바로 ‘곤충’이다.

현재 전 세계 인구가 60억명이다. 인구는 계속 증가해 2050년엔 90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인구수가 늘면 육류 소비도 늘어난다. 그러나 이미 전 세계의 농경지 중 70% 이상이 가축 사료용 풀 재배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가축이 내뿜는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는 지구 환경문제의 주범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인류, 가축, 애완동물의 식량으로 지금껏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던 메뚜기, 개미 등 식용 곤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아연실색할 일은 아니다. 이미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등 90여개 국가에서는 개미, 메뚜기, 전갈 등 1400여종의 곤충을 먹고 있다. 20억명이 단백질과 미네랄이 풍부한 곤충을 맛있게 먹고 있다.
일반적으로 집 안에서 발견되는 귀뚜라미는 단백질 덩어리다. 귀뚜라미 몸체는 필수 아미노산으로 구성돼 있다. 쇠고기나 돼지고기보다 7배의 칼슘을 갖고 있다. 닭고기보다 철분이 9배 많다. 귀뚜라미는 환경에도 해가 없다.
소떼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귀뚜라미보다 2800배 많이 내뿜고 있다. 소떼 목장처럼 넓은 공간도 필요 없다. 곤충은 천성적으로 밀도가 높고 어두운 곳을 선호한다. 곤충음식을 남겼을 때 미치는 ‘환경 족적’도 다른 식품에 비해 현저히 낮다.
미국 식품회사 에스파이어의 하몬 조하 대표는 집에서 직접 귀뚜라미를 식용으로 기르기 시작해 식용 곤충을 파는 자회사 브랜드까지 만들었다. 에스파이어의 자회사 아케타(Aketta)는 귀뚜라미 밀가루를 온라인에서 판매한다. 귀뚜라미 밀가루 성분의 3분의 2는 단백질이다. 보통 밀가루와 같이 빵이나 쿠키를 만들 수 있다.
벨기에 루벤카톨릭대학에서 식용 곤충을 연구하는 이반래드는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무조건적으로 차세대 먹거리 식량이 곤충이 돼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경계한다.
이반래드 교수는 “소나 돼지보다 곤충이 훨씬 더 쉽게 기를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이것은 상대적인 것일 뿐”이라며 “곤충별로 키우는데 필요한 환경 조건이 다를 수 있고 어떤 곤충은 먹으면 독이 될 수 있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곤충이 많은 이의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곤충을 먹는다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게 관건이다.
식용 곤충을 연구하는 전 세계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식용 곤충에 대한 인식 개선에 앞장서왔다. 생선회나 바닷가재도 수십 년 전에는 먹기 혐오스러운 음식으로 분류됐다는 전언이다.
식용 곤충 전문가 엘렌은 “지금은 스시 레스토랑이 전 세계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고 바닷가재는 가장 비싼 식재료 중 하나가 됐다”며 “식용 곤충 판매 산업도 2010년 이후 매해 2배씩 커지는 걸 보면 곤충이 주요 식료품으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