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하이텍이 KAIST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에 10년 이상 지원해온 파운드리 서비스를 내년부터 중단한다. 새로운 주인 맞이를 앞두고 불어 닥친 경영 변화 때문이지만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IDEC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KAIST IDEC은 최근 동부하이텍 파운드리를 이용하는 주요 대학 연구실에 내년부터 사용 지원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동부하이텍이 우선협상대상자인 아이에이컨소시엄과 매각 협상을 진행하면서 그동안 지속해온 외부와의 지원·협력 관계를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IDEC은 각 대학이 참여해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를 제작하고 이를 파운드리에서 생산했다. 각 대학에서 연구 목적으로 설계한 칩인 만큼 하나의 웨이퍼에 여러 용도의 칩 회로도를 그려 생산하는 MPW를 활용한다. 이번 결정으로 동부하이텍이 MPW 제작 지원을 중단한 만큼 이와 유사한 다른 파운드리를 이용하거나 일부 칩은 생산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당장 IDEC은 울상이다. 자체 비용을 들여 파운드리 서비스를 이용해야하는데 현실적으로 투입할 예산이 없다. 동부하이텍, 삼성전자 등은 IDEC에 무상으로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지원해왔다. 동부하이텍은 10년 이상 IDEC을 지원했지만 경영 변화에 따라 내년 지원을 중단하게 됐다.
IDEC은 전국 대학의 반도체 설계 연구 인력을 지원·양성하는 기관으로 기업과 정부가 지원해 1995년 출범했다. 학생들이 직접 다양한 기능의 칩을 설계하고 이를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과정까지 경험해볼 수 있다. 출범 당시 연평균 25억원 예산으로 운영했지만 지속적으로 규모가 줄어 올해는 8억원에 그쳤다. 수준높은 설계 인력을 양성하기에 결코 넉넉하지 않은 규모다.
박인철 IDEC 소장은 “동부하이텍은 IDEC의 칩 설계 물량 중 3분의 1을 담당할 정도로 비중이 큰데 이번에 지원을 중단하게 돼 어려움이 많다”며 “일부 물량을 여러 다른 파운드리로 분산해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했지만 당장 내년 사업에 지장이 생겼다”고 우려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