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낀 전기 사고파는 시대 열린다

아낀 전기를 사고팔 수 있는 수요 자원 거래 시장 개설의 기본 규칙이 마련됐다.

수요관리 사업자들은 빌딩·아파트·공장 등 고객이 아낀 전기를 모아 전력거래소를 이용해 한전에 판매하고 수익을 고객과 공유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 시장 운영규칙 개정을 3일 승인하고 시장 개설 본작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수요 자원 거래시장 개설일은 이달 25일이다.

수요관리 사업자들은 자체적으로 모집한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간 전력 계량기, 에너지관리시스템, ICT 기기와 에너지 컨설팅 서비스 등을 제공해 절전을 유도한다. 절전으로 모은 전력 감축량은 발전소 생산 전력과 동일하게 자원으로 인정돼 시장에서 거래하고 관련 수익은 사업자와 고객이 나눠 갖게 된다.

산업부는 이 과정에서 새로운 서비스 산업 등장으로 신규 수익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목욕탕(90㎾ 감축)은 590만원, 빌딩(100㎾ 감축)은 660만원, 마트(50㎾ 감축)는 300만원 상당의 수익을 각각 예상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도 아이디알서비스, 벽산파워 등 11개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논란이 있었던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 우려는 참여 제한을 두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시장에 참여하려면 최소 10개 이상 회원사를 모집해야 하고 계열사 자원이 30%를 넘어서는 안 된다. 대기업이 계열사 물량 몰아주기 등으로 적은 회원사로도 쉽게 수요 감축 자원을 모을 수 있는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산업부는 이번 시장 개설로 오는 2017년까지 약 190만㎾의 전력 예비력 확보를 예상하고 있다. LNG 복합화력 네 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 신규 전원 설비와 온실 가스 배출도 없는 만큼 사회적 비용 감소와 전기 요금 인상 억제 등 국가적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요자원 거래는 에너지 6대 신산업 중 네가와트 시장 계획을 구체적으로 가시화한 성과”라며 “나아가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해외 수요관리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수요자원과 실제 발전자원 사이 운용의 묘 필요

수요자원 거래시장 개설로 기존 발전소와 수요관리 사업자의 경쟁이 시작됐다. 두 업계는 전력 거래라는 하나의 시장에서 입찰을 위해 효율성 경쟁을 벌이게 된다.

발전 사업자 입장에서는 수요관리 사업자들의 등장이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절전이 전력 자원으로 거래되는 새로운 시장 개념으로 등장했지만 엄연히 현재 전력 시장의 파이를 나눠먹는 구조기 때문이다. 수요관리 사업자의 수익이 늘수록 전통 발전 사업자의 수익은 그만큼 줄 수밖에 없다.

발전 업계는 상대적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대규모 설비 투자의 원가를 보상을 받아야 하는 발전 사업자와 상대적으로 설비 투자가 적은 수요관리 사업자 사이의 입찰 가격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전력 수급도 변수다. 업계 일각에서는 피크 부하 조절과 전력 가격 안정을 목적으로 도입한 수요자원 시장이 현 시장 안정세에서 본연의 역할을 얼마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수급 안정으로 전력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익이 줄어든 저효율 발전소들이 이번 수요관리 사업자들의 시장 참여로 심각한 경영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론도 언급되고 있다.

그나마 1차적 안전장치는 마련돼 있다. 정부는 국가 전력 계통에서 수요관리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비율을 4%로 제한한 상태다. 수요관리만으로는 계통 신뢰성을 완벽히 보장할 수 없는 만큼 실제 발전설비 비중을 상당 부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수요자원 시장 비중이 커질 때 발전사업자의 경영 위기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전력 당국은 발전사업자들이 수요 자원을 실제 전력자원으로 이해하기를 바라고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수요 자원은 절전 행동이 모두 예비율로 이어지는 효율 100%의 발전소나 다름없다”며 “원전이 새로 건설되면 노후 발전소들의 순위가 뒤로 밀려나듯 고효율 발전소 진입에 따른 시장 변화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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