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이달 중 삼성디스플레이에 대해 고강도 경영진단에 나선다. 지속되는 실적 부진에 따른 것으로, 단순한 경영진단이 아닌 구조조정 등을 염두에 둔 사실상 ‘감사’ 수준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2일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2주 내에 시작될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경영진단에 대비한 준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경영진단에 앞서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는 사전 인터뷰도 시작됐다.
이 관계자는 “일부 사업부 임직원이 인터뷰를 받고 있다”며 “경영진단이 앞으로 2개월간 진행될 것으로 알려진 상태여서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번 경영진단 착수는 실적악화가 주요 이유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경영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최근 발표된 3분기 실적도 영업이익 600억원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93.9% 감소했다. 매출액은 6조25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2.7% 줄었다. 올 1분기에는 2011년 3분기 이후 9분기 만에 첫 적자를 기록했고 2분기에 소폭 흑자전환 했지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지속적으로 실적이 추락했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세계 중소형 패널(4.5∼6인치) 시장에서 55%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올 2분기 20%포인트 떨어진 35.7%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의 저력인 ‘혁신 DNA’가 디스플레이에서는 통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2년 출범 이후 그룹차원에서 반도체 인력을 대거 전진 배치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세계 1등인 중소형 OLED와 달리 대형 부문에서는 경쟁업체 주도권을 내주는 등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위상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며 “삼성전자 반도체, 무선 사람들로 많이 채워지면서 진짜 디스플레이를 아는 사람이 줄어드는 인력부재·전략부재 등으로 이 같은 결과가 초래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실적이 악화된 원인이 모기업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부진과 환율 리스크 등 외부 환경에 따른 것이지만 경영진단을 통해 삼성디스플레이의 리스크 관리 미숙에 따른 책임도 묻겠다는 것으로 풀이됐다.
지금까지 삼성 계열사의 그룹 경영진단이 끝나면 사업구조 개편, 구조조정 등의 수순을 밟아왔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연말 이후 대규모 사업 정리와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 높은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디스플레이의 2014년도 실적 추이>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