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이번 국감도 사과(謝過)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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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헌법부터 명시돼 있던 국정감사의 중요성은 더 이상 긴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

세월호 사태로 뒤늦게 시작된 올해 국정감사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고성과 회의중단 등 익숙한 풍경만 남기고 끝났다.

실제로 지난 13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경찰청에 대한 국감에서 모 의원은 “경찰이 최근 네이버 밴드의 대화 내용을 조회한 사실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 증거로 경찰의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요청 통지서’를 공개했다.

그러나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요청 영장은 수사기관이 특정인에 대한 일정기간의 접속로그 기록만을 요청할 수 있을 뿐 대화상대의 인적정보나 대화내용을 요구할 수는 없도록 돼 있다. 이 의원의 주장은 틀린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후 밴드를 운영하는 네이버의 반론만 언론매체 서너 곳에 실렸을 뿐, 해당 국회의원의 사과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수사기관이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있을 대화내용을 들여다보기 위해선 법원으로부터 ‘감청 영장(일명 통신제한조치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며, 과거에 나눴던 대화를 들여다보기 위해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또 수사기관은 감청이 완료된 후 30일 이내 대상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은 국감에서 “카카오톡 실시간 감청과 관련해 이를 대행해주는 사설 업체들이 실제로 있으며, 수사기관이 이들 사설 업체를 비밀리에 고용하면 실시간 불법 도청 및 모니터링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는 검찰의 사설 업체 용역설을 제기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 구체적인 근거가 무엇인지는 제시하지 못했다.

사실 일반적으로 사설 업체들이 하는 것은 사용자 스마트폰에 ‘스파이 앱’을 몰래 심어 스마트폰 통화 내용을 도청해주거나 문자 메시지를 중간에서 엿보게 해주는 정도다. 카카오톡 서버에 감청설비를 설치한 뒤 이를 통해 감청을 하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모 방송에선 “국방부가 암호장비의 결함을 알고도 이를 은폐하려고 시도했으며, 이로 인해 육해공군뿐 아니라 외교부를 비롯한 정보 주요 부처의 기밀이 뚫렸다”는 의혹을 국회의원 멘트를 곁들여 제기했다. 그러나 해당 언론사가 입수해 보도한 국방부 내부 시험 문건을 자세히 살펴보면, “해당 암호장비는 원래 방화벽과 함께 운용되도록 설계됐으며 이렇게 방화벽과 함께 운용될 경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명시돼 있다. 관련 뉴스에서는 방화벽이 꺼진 상태에서 잘못 측정된 시험 결과만 가지고 마치 암호장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방화벽과 함께 운용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 보고서의 내용은 방송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더욱이 이 방송은 대외비에 해당하는 암호장비의 모델명까지 노출시키는 실수를 저질렀다.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가장 강력한 견제 수단 중 하나라는 국정감사는 매우 중요하다. 또 이를 위해 조그마한 의혹이라도 발견되면 즉시 문제를 제기하고 사실관계를 철저하게 따져봐야만 한다.

그러나 ‘카더라 식’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폭로는 곤란하다. 지금처럼 클릭 한번으로 루머가 무제한 복제되는 SNS 대중화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아무리 연륜 있는 정치인, 영향력 있는 미디어라 하더라도 의욕이 앞서다 보면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혹 제기한 의혹이 잘못된 것이라면 그에 대해 사과와 함께 바로잡는 노력이 책임 있는 자세 아닐까.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skim7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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