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윤 작가의 아틸라, The 신라 제5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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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그의 이름은 아틸라

1.

아에테우스 장군은 스스로의 권력이 절정으로 끓어오르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었다. 그의 살인적인 인기는 장차 그를 죽음으로 몰아갈 정도였다.

일곱 개의 언덕에서 시작된 로마는 줄곧 위태위태한 제국이었다. 지금은 훈족의 보호를 받으면서 하루하루를 선물받는 의존적 형식의 비극의 역사였다. 의존적 각도를 떨치려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로마 뿐 아니라 주변 부족 그 누구도 그토록 잔인하고 베짱이 강한 지상의 제왕, 아틸라에게 감히 반격할 엄두도 내지 못할 뿐이었다.

“발렌티니아누스가 호노리아 공주를 원로원 의원과 결혼시켜버린 실수가 결국 내겐 기회가 되었군. 비로소 내가 진짜 로마의 제왕이 되었단 말이다. 신은 로마를 버리지 않은게 아니라 나, 아에테우스를 버리지 않은거다.”

그때였다. 그의 아내가 호들갑을 떨며 뛰어들어왔다.

“밖을 보세요. 어서요.”

아에테우스는 아내의 갑작스런 난리법석에 역시 호들갑스럽게 발코니로 나갔다. 로마 시민들이 그의 저택 앞에 모여 열띤 환호를 하고 있었다. 엄청난 인파였다. 아에테우스를 보기 위해서였다. 아에테우스는 그의 번복많은 정치의 깊은 울대에서 울컥 울음이 치밀어 올랐다.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아내도 덩달아 손을 흔들어주었다.

“아에테우스 장군이 로마를 살렸습니다. 아틸라를 이겼습니다. 아에테우스 장군 만세.”

“이제 아틸라를 겁낼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바치던 조공을 멈추어야 합니다. 장군님이 나서주십시오.”

“아에테우스 장군 만세. 만세.”

“아에테우스 장군을 황제로 세웁시다. 아에테우스 황제 만세!”

아에테우스는 지금 이 순간,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서로마의 황제라고 착각하고 싶었다. 그는 모든 걸 가진 남자였지만 단 하나, 황제 자리를 갖지 못한 지독히 허전한 남자였다. 그 허전함이 그를 착각의 무자비함으로 밀었다.

“당신이 황제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죠.”

아에테우스의 아내의 미소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우아했다.

“발렌티니아누스는 내가 세운 황제요.”

“당신이 세웠으니 당신이 끌어내릴 수 있겠네요. 난 로마의 황후가 되고싶어요,”

아에테우스 아내는 로마 시민들을 등지더니 젖가슴을 드러내보였다. 아직 후릴만하게 출렁했다.

“아에테우스 장군, 로마의 황제가 되어주십시오.”

아에테우스는 아내의 젖가슴이 아니라 아랫도리를 후렸다.

미사흔은 황금보검을 뚜렷이 들고있었다. 말의 방향을 느닷없이 바꾸었다. 신라에서 출발했지만 한 때 떠돌아다니던 역사의 방향도 느닷없이 바뀌었다.

“이제 진짜 출발이다.”

에첼은 눈물이 왈칵했다. 처음 실라에 도착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의 갓 날 순수함이 두려움도 없이 솟아올랐다.

“아틸라 왕자님께 빨리 도착해야 합니다. 위대한 황금의 제국이 억척스럽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나머지 오형제도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그간의 위로받지 못한 노고와 애도하지 못한 친구의 죽음이 떠올랐다.

“저희는 신라 천 년의 꿈을 위해 만들어진 선도에서 자랐습니다. 저희는 단 하나의 생각, 신라 천 년의 제국을 위해 죽고자 하고 살고자 합니다.”

“그 신라는 그저 고구려, 백제, 신라가 나누어 가진 그 땅의 일부가 아니다. 우리가 밟고 지나가는, 우리가 당도할 모든 땅이 곧 신라가 될 것이다. 이 모든 신라가 바로 선도의 아이들이 누리게 될 땅이다.”

쉿쉿, 저승의 혓소리를 내는 달군쇠가 나머지 오형제의 뒷목을 정확히 뚫었다.

쉿쉿.


글 소설가 하지윤 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