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기술유출 의심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에 힘을 쏟기 시작하며 경쟁 업체에 기술이 넘어가고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닛케이산업신문은 대만 반도체 팹리스 업체 미디어텍의 기밀 유출 사건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27일 전했다. 미디어텍의 직원 10명이 중국 반도체 업체 스프레드트럼에 기술을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미디어텍은 해당 직원들이 홍콩 기업을 거쳐 자사 연구 개발과 생산에 관련된 데이터를 건네고 보상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 법무부는 50명 이상의 조사관을 동원해 미디어텍과 관련된 사무실이나 가정 등을 압수수색했다. 수사 관계자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만 내 중국 기업으로의 기술 유출 사건은 2000년대부터 서서히 증가했다. 미디어텍은 지난해에도 전직 임원이 기밀을 빼내 스프레드트럼으로 이직했다며 고소한 바 있다. 세계 최대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TSMC는 중국 업체 SMIC로의 기술 유출 논란을 겪었다.
대만 LCD 패널 기술에 대한 유출 역시 계속되고 있다. 장춘옌 대만 국립 교통대학 명예교수는 “지난 5~6년 간 1000명 이상의 대만 기술자가 중국 기업으로 유입됐다”고 지적했다.
대만 업계는 중국이 첨단 산업 육성 정책을 펼치며 경쟁사의 기술 유출을 계속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올해 ‘국가 IC 산업 발전 추진 지침’을 발표하며 반도체 산업 매출 목표를 지난 2013년 대비 40% 늘어난 3500억위안으로 발표했지만 목표 달성을 위한 기업 기술력 축적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술력이 풍부하고 언어 등이 같아 중국에서 바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대만 인력을 대상으로 한 헤드헌팅이 늘어나는 이유다.
대만은 자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지난해 영업비밀법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이 법은 기업의 직원이 이직을 하며 기밀을 누설한 경우 해당 기업이 문제 삼지 않아도 법무부가 독자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여전히 고액의 보상과 신변을 돌봐주는 대가로 경쟁사에서 인력을 빼내려는 시도는 줄지 않고 있다.
대만 법무부 조사국 경제범죄방제처 관계자는 “과거 법 정비 지연 등으로 많은 이슈가 무죄가 된 사례가 있지만 앞으로는 제대로 대응할 것”이라며 “기업에서도 기밀 보호에 대한 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대만 IT기업 기밀 유출 의혹 사건일지 / 자료: 외신 취합>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