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업 대형화로 미국에서는 또다시 망 중립성 문제가 대두될 전망이다. FCC는 올해 5월 통신망(플랫폼) 사업자가 더 빠른 회선을 제공하기 위해 콘텐츠 사업자와 협상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톰 휠러 FCC 위원장은 지난 7월 이에 덧붙여 “피어링과 상호접속 계약을 오픈인터넷규칙(망 중립성)으로 보호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망 중립성은 유무선 통신망 사업자가 △정보를 합리적 수준에서 제공하고(투명성) △합법적인 콘텐츠, 기기로 통신망을 이용하는 것을 막을 수 없고 △네트워크 트래픽 전송을 차별해서는 안 되고(비차별성) △합리적·합법적 목적의 네트워크 관리는 허용한다는 원칙이다.
피어링은 통신사와 서비스업체가 별도 급행료 계약을 체결하고 고속회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통신사가 운영하는 망 외에 별도 망을 구축해 대가를 받고 빌려주는 방식이다. 망 중립성이 사용자와 통신사간 망 이용에 대한 규율이라면 피어링은 일종의 상호접속계약인 셈이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그동안 망 중립성 원칙을 내세워 통신사에 별도 이용료를 제공하지 않았지만 넷플릭스가 인기 드라마를 버퍼링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버라이즌·AT&T·컴캐스트 등과 피어링 계약을 맺으면서 힘을 잃었다. 넷플릭스는 이후 이용료가 점차 비싸질 것을 우려해 FCC에 피어링을 망 중립성 규제에 포함해줄 것을 청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경하게 망 중립성 고수 의견을 유지하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입장을 선회해 FCC 개정안을 지지하면서 망 중립성 원칙은 최소한의 기준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플랫폼 사업자가 대형화되면서 피어링을 망 중립성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전히 다수다. 실제로 넷플릭스와 컴캐스트는 넷플릭스가 타임워너케이블 합병을 발표한 직후 해마다 수백만달러의 추가비용을 인터넷 전용회선 사용료로 내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원은 ‘미국 케이블TV 시장의 재편과 시사점:컴캐스트와 타임워너케이블 합병을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트래픽을 많이 일으키는 콘텐츠 가입자에 망 이용 대가 요구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