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과학뉴스] 면역력을 이용한 획기적 암 치료법 등장

기존 암 치료법과 다른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다.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가 아닌 세계 최초로 ‘면역력’을 사용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이다.

닛케이산업신문은 일본 중견 제약회사 오노제약이 미국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와 공동으로 ‘항 PD-1 항체’를 이용한 암 치료약을 개발했다고 26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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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제약 연구원이 ‘항 PD-1 항체’를 이용한 암 치료약을 실험하고 있다.

새 암치료제 ‘니보루마부’는 난치성 암 중 하나인 악성 흑색종의 치료제다. 암은 체내 면역체계가 공격하지 않도록 면역 기능을 억제하는 특수한 능력을 지닌다. 이 약은 그 억제 능력을 해제하는 구조로 이뤄져 체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든다.

카아카미 유 게이오 대학 첨단 의과학 연구소 소장은 이 약이 개발되자 “암 연구와 치료법을 바꿀 혁명적인 약”이라고 평가했다.

이 약은 미국과 일본 임상 실험에서 암 증식을 억제 할 뿐만 아니라, 암 세포가 거의 사라져 버리는 환자도 발견됐다. 약이 치료한 흑색종은 암 중에서도 발병 5년 후 생존율이 10% 전후의 매우 위험한 암이지만 뛰어난 치료력을 증명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다른 항암제와 비교하는 임상 실험에서 기존 항암제 투여를 중단하고 니보루마부로 전환 투약하라는 권고도 나왔을 정도다. 이후 폐암이나 위암, 식도암 등 다른 종류의 암을 대상으로도 임상 실험이 진행 중이다.

이번 신약 개발에는 총 15년이 걸렸다. 지난 1992년 혼조 타스쿠 교토대학 교수 연구팀이 PD-1 분자를 발견한 뒤, 오노약품은 이 성과에 주목해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1999년 PD-1 분자가 역 억제에 관여하는 구조를 밝히고 신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7년 간의 연구 끝에 실제 치료제가 실험단계에 쓰일 수 있게 완성된 것이 2006년이다.

아와타 히로시 오노제약 개발 본부장은 “(연구를 시작할 당시) 암 면역요법에 대한 의료계의 반응은 싸늘했고 여러 항암제를 만든 제약회사들도 개발에 소극적이었다”며 “특별한 기능을 가진 분자를 찾아내고 치료로 연결시키고자 꾸준히 개발하는 기업 문화가 신약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번 오노제약의 신약은 암 치료법의 새로운 문을 연 것으로 평가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스도 지난해 혁명적인 기술로 니보루마부를 선정하며 대서특필했다. 이후 미국 머크와 스위스 로슈 등 글로벌 대형 제약회사들도 이 구조를 활용한 면역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아와타 본부장은 “다른 항암제와 면역요법을 병행하면 암 치료 효과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면역요법에 대한 발전이 더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신약 로열티 수입만 연간 수백억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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