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CEO가 내놓은 책, `일본 경영인 이야기` 눈길

“한계돌파는 ‘온고지신’에서부터”

삼성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은 24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빌딩 딜라이트 광장에서 열린 임직원 책 바자회 ‘북(Book)적이다’에서 ‘한계돌파 방안’을 찾기 위한 고민이 담긴 책들을 삼성인들에게 권했다. 경영학, 리더십, 처세술은 물론 미래 연구와 경쟁사 분석, 경제상황 진단 등 다양한 도서들이 소개됐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 CEO 31명도 책 기증에 동참했다. CEO들은 각자 나누고 싶은 관심사가 담긴 책을 내놓아 삼성 임직원 및 시민들과 생각을 나눴다. ‘마하경영’ 등 최근 삼성에서 강조되는 한계돌파를 위한 생각을 CEO와 나누기 위한 도서들이 많이 보인 가운데 박상진 삼성SDI 에너지솔루션부문 사장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전집을,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은 ‘무지개 원리’, ‘교황의 10가지’ 등 종교 관련 서적들을 내놓아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이 중 세지마 류조, 나가모리 시게노부, 이나모리 가즈오 등 과거 일본의 초고속 성장시대를 이끌었던 일본 경영인들에 대한 책이 다수 나와 주목을 받았다. 이들 대부분은 아직도 현직에서 ‘CEO의 스승’으로 불리며 건재를 과시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불모지대’, 고 이병철 창업주가 삼성맨에 권했던 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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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혁 에스원 사장

윤진혁 에스원 사장이 기증했다. 일본 육군 작전참모로 복무하다 2차 대전 패전과 함께 11년 간 소련에서 포로생활을 했던 고 세지마 류조(1911~2007) 전 이토추 상사 회장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로, 여류작가 고 야마자키 도요코의 베스트셀러다.

세지마는 1958년 작은 섬유회사였던 이토추 상사에 입사해 탁월한 기획력과 정보력으로 이토추를 단숨에 일본 최대의 종합상사로 이끈 전설적인 경영자다. 1970~80년대 한국 주요 기업에 종합상사 체제 구축을 조언했으며,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는 매우 각별한 사이로 1987년 이 창업주 영결식에서 직접 조사를 낭독하기도 했다.

이 창업주는 일본에 머무를 때마다 세지마를 만나 삼성의 경영에 대해 많은 의견을 나누었다고 알려졌다. 소설 출간 때는 삼성맨들에게 ‘불모지대’를 읽어볼 것을 권했으며, 세지마 특유의 정보 분석력과 기획력을 벤치마킹해 삼성 경영에 반영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일본전산 이야기’, 손대는 것마다 1등을 만들었던 사나이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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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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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성 삼성SDI 소재부문 사장

김봉영 제일모직 리조트·건설부문 사장과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조남성 삼성SDI 소재부문 사장이 모두 기증했다. ‘즉시한다, 반드시 한다’를 경영원칙으로 내건 일본전산 나가모리 시게노부 창업주를 다룬 책으로 ‘불황기 10배 성장, 손대는 분야마다 세계 1위’를 이룬 그의 경영 이야기가 소개됐다.

나가모리 창업주는 학교 성적 대신 목소리 큰 사람, 밥을 빨리 먹는 사람, 화장실 청소 잘 하는 사람, 오래달리기를 잘하는 사람을 뽑아 자신감이 있고, 실수에도 반성이 빠르며, 결단력이 있고, 끈기가 있는 인재상을 구현했다. 누구에게나 입사 지원 기회를 부여한 삼성의 열린 채용 원칙과도 부합한다. 어려울 때마다 긍정의 힘으로 이를 극복해 ‘안 되면 되게 한다’는 성공의 열정을 담았다.

◇‘회사는 어떻게 강해지는가’, 원칙주의자의 성공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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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영 제일모직 리조트·건설부문 사장

김봉영 제일모직 사장이 기증했다. 교세라를 창업해 단 한 번의 적자 없이 회사를 세계적 규모로 이끌고, 파산에 내몰렸던 일본항공(JAL)의 재건을 이끈 CEO의 전설 이나모리 가즈오(1932~) 교세라 명예회장 겸 JAL 회장의 이야기로 경영에 있어 ‘원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나모리 창업주는 ‘세전이익이 매출의 10%를 넘어야한다’는 원칙 등 자신만의 경영철학이 확고한 인물로 유명하다. 경영자의 방향이 기업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라며 기업의 환경을 탓하기보다 경영원칙과 철학을 기업 내부에 정착시킬 것을 경영자의 제1 덕목으로 꼽았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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