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 OTT박스가 고성장 기대됐던 `한국형 크롬캐스트` 시장 망쳐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됐던 한국판 크롬캐스트인 ‘USB형 OTT(Over The Top)박스(동글)’ 시장이 성능이 떨어지는 저질 제품 남발로 제대로 꽃도 피지 못한 채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다. 구글의 크롬캐스트가 북미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일부 업체가 중국 등 해외에서 급조해 시장에 내놓으면서 혼탁해졌다는 지적이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완성도 높은 제품을 개발한 업체들은 저질 제품으로 인한 소비자 외면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OTT박스가 크롬캐스트 등장 후 각광을 받고 있으나 일부 제품의 잦은 오류로 인한 소비자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OTT박스는 셋톱박스 없이 스마트폰 화면을 그대로 TV로 옮겨 볼 수 있는 기기다. 스마트TV가 아닌 소위 ‘깡통TV’를 스마트TV로 바꿀 수 있다. 또 TV에서 게임을 할 때 스마트폰을 조이스틱처럼 이용할 수 있어 비디오콘솔게임기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OTT박스 사용상의 불편함으로 화면이 깨지거나 영상 딜레이(지연) 현상 등을 꼽는다. 최근 모 업체가 시장에 나와 있는 몇 개 제품을 시연한 결과, 상당수 제품이 화면 깨짐 현상으로 이용이 불편했다. 예컨대 영화를 시연했을 경우 1분내에 적게는 1회에서 많게는 8회 화면 깨짐 현상이 나타났다. 대기업과 손잡고 제품을 내놓은 A사 제품을 사용해본 직장인 송 모씨는 “스마트폰의 영상을 TV로 보는 ‘미러링’ 서비스를 시연해봤지만 잦은 끊김에 실망만 했다”며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비슷한 불만이 많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A사는 ‘기기 호환성’ 문제를 언급하며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그레이드 없이 사업을 접은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는 이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기술 부족을 꼽는다. 스마트폰과 OTT박스간의 ‘데이터 처리(응답) 속도’가 핵심인데 이 수준이 턱없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와이파이 주파수도 2.4㎓와 5㎓를 복수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통신 환경에 따라 변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2.4GHz만 지원해 주파수 간섭으로 인한 화면 깨짐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독자 특허기술로 제품을 출시한 캐스팃 관계자는 “OTT박스에 대한 불만이 쌓이면서 시장규모가 많이 축소됐다”며 “정부가 나서서 제품의 성능을 평가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준배·송혜영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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