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들이 기업규모에 따라 2배 이상 늘어나는 규제 때문에 대기업 진입을 꺼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기자단 추계세미나에서 ‘2014년 한국경제 현황 및 대책’ 발표를 통해 “우리나라 6대 주력산업의 성장률이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활력을 잃고 있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중견기업의 피터팬 증후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지원 혜택은 사라지고 각종 규제 부담이 늘면서 추가 성장보다는 현 단계에 머무르려고 한다는 ‘피터팬 증후군’이 중견기업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발표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03년까지만 해도 해마다 2∼4개의 그룹이 꾸준히 새로운 30대 그룹으로 진입했으나 2004∼2010년에는 1개로 줄어들더니 이후에는 아예 나타나지 않고 있다.
상장회피 현상도 심각해져 2010년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 가능기업 664개사 중 22개사가 실제 상장했으나 작년에는 811개사 중 4개만 상장하는데 그쳤다. 특히 2012년과 2013년에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 가능 기업 65개사와 60개사 중 실제 상장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이 부회장은 이런 원인이 기업 규모별 규제 방식 때문이라고 밝혔다.
2008년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을 자산 2조원에서 5조원으로 올린 법 개정 이후 2조원 이상 기업집단에 대한 규제는 완화된 반면 5조원 이상 기업집단에 대한 규제가 늘어난 것이 주 원인이라는 것이다.
2008년을 전후로 한 기업성장 현황을 살펴보면 2조원 이상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로 자산 2조원 이상 5조원 미만 기업집단의 수는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5조원 이상에 대한 규제증가로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의 수는 정체 현상이 발생했다.
이 부회장은 “2조원 규제시대에는 자산 2조원 바로 아래에서 기업성장이 정체되더니 5조원 규제시대에는 5조원 부근에서 정체되고 있다”며 “최근 5년간 중견기업 2505개사 중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 단 2곳에 불과한 것도 이를 뒷받침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업종 중심 진출로 국내 산업의 편식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 선정 500대 기업의 업종이 전체 50개에 이르는데 우리나라는 이중 10개 업종에만 진출해 있다.
이 부회장은 “우리나라에서 기업규모가 커질수록 규제가 증가하는 ‘큰 돌이 정 맞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규업 규모별 규제는 해외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확장적 통화 및 재정을 통한 총수요 진작 정책과 함께 세제 개선과 기업규제 완화, 반기업정서 완화 등의 총공급 진작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